[천자칼럼] 새로운 예술 경험

정보의 비대칭성이란 말이 있다. 수요자와 공급자가 가진 정보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어떤 제품에 대한 몇 가지 설명만으론 소비자가 품질과 성능을 판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브랜드가 중요하다. 브랜드의 기술력과 평판 등이 제품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업들이 인력을 뽑을 때 출신 학교와 학점, 학위 등을 1차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도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다.

문화예술도 같다. 한번 명성을 얻은 예술가, 예술단체는 수월하게 활동하지만 신인과 무명은 이름 알리기가 정말 어렵다. 우리 사회가 특히 그렇다. 세계적 오케스트라나 이름난 화가 전시회는 일찌감치 입장권이 동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파리 날리기 일쑤다.그런데 투자 관점에서 예술을 대하는 경우는 좀 다르다. 미술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크게 성장할 싹이 보이는 화가가 누군지 계속 묻고 다닌다. 고흐처럼 사후에 유명해지거나, 기괴한 그림으로 취급되던 고갱 작품이 재평가받은 것은 화상(畵商)의 역할이 컸다. 새로운 화풍(畵風)에 대한 애호가들의 갈증을 제대로 짚어낸 것이다. 문화예술은 그런 점에서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분야다. 카라얀 지휘의 베를린필하모닉 연주 음반만 들어선 음악적 감흥이 고인 물처럼 된다. 베토벤이 살았던 18세기 당시 악기와 연주 방식 등을 재현해내는 시대연주(또는 정격연주, 원전연주)는 카라얀 지휘 음반과는 다른 신선한 경험을 선사한다. 로열플레미시필하모닉과 함께 베토벤 교향곡을 시대연주한 지휘자 필립 헤레베헤 음반이 그런 예다.

첫 내한공연을 하는 해외 오케스트라도 새로운 예술 경험이다. 오는 4월 22~26일 서울·부산·대구·세종에서 공연하는 독일 브레멘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그래서 눈에 띈다. 1820년 창립된 이 오케스트라는 1933년 브레멘 주립오케스트라가 됐다가, 2002년 지금이름으로 바뀌었다. 브람스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계기가 된 ‘독일레퀴엠’을 1868년 브레멘 대성당에서 브람스 지휘로 초연한 단체다. 어머니의 별세, 후견인이던 슈만의 비극적 죽음을 겪은 브람스가 열정을 쏟아 만든 장송곡을 아무 오케스트라 연주에 맡겼을까 싶다. 연주 곡목도 모두 브람스 곡으로 채워 관심을 끈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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