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깜짝 영국 방문 이어 프랑스로…"전투기 달라"

외신 "美도 결국 전투기 지원 배제 않을 듯"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영국, 프랑스를 연이어 방문해 영국·프랑스·독일 정상과 회동했다. 이번 유럽 방문에서 전투기 지원을 호소해 약속을 받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의 총리관저에서 리시 수낵 총리와 회담했다. 이날 아침에야 공개된 깜짝 일정이었다.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의회 연설도 가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에겐 자유가 있다. 그 자유를 지킬 날개를 달라"며 전투기 지원을 영국 의회에 호소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전투복 차림으로 영국 상·하원 의장 앞에 선 국가 지도자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웨스트민스터에 상·하원 건물과 함께 있는 웨스트민스터 홀은 작년 9월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 참배가 이뤄진 장소다. 이곳에서 외국 정상이 연설한 것은 2012년 미얀마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후 찰스3세 국왕 환담을 마지막으로 같은 날 오후 늦게 프랑스로 이동했다. 프랑스에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만찬을 가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도 두 정상에게 장거리 미사일과 전투기 지원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 국가가 실제로 전투기 지원을 할지는 미지수다. 확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어서다. 수낵 영국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전투기 지원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전했다. 총리실도 수낵 총리가 벤 월리스 국방장관에게 "어떤 전투기를 지원할 수 있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공개하면서도 "이는 장기적인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이라며 당장의 지원에 선을 그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숄츠 독일 총리도 전쟁에서 승리할 때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는 원칙을 다시 강조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전투기 지원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유럽 방문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관심을 상기시키면서 전투기 지원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젤렌스키 대통령이 방문 계획을 철저하게 비밀로 유지하고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 정상과의 회담을 성사하면서 방문 성과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도 결국 전투기 지원을 배제하진 않을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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