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국회 추모제…與 "책무 다할 것" 野 "대통령 왔어야"

유족 "합동분향소 만들어달라" 오열…서울광장 분향소 철거 통보에 분신 경고도
'이태원 참사' 발생 100일째인 5일 국회에서 희생자 넋을 기리는 추모제가 열렸다.'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주최하고 국회 연구단체인 생명안전포럼이 주관한 추모제에는 유가족과 생존자, 이태원 상인, 여야 지도부 등이 참석했다.

국민의힘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10여 명이 참석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 60여 명이 자리했다.

대형 참사 추모제가 국회 차원에서 열린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추모제는 개신교·불교·원불교·천주교 등 종교계의 추모 의례에 이어 김진표 국회의장과 각 당 지도부의 추모사 순으로 진행됐다.
김 의장과 여야 지도부는 한목소리로 이번 참사와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회 차원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의장은 "국회는 국민 모두를 대표하는 기관인 만큼 국회가 추모 의식을 여는 것은 국민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낸다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김 의장은 "두 번 다시 이런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제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모으겠다"며 "우리 국민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지 않도록 국회가 충분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 대표는 "그날(참사일) 이후 유족에게 온 세상은 까만 잿빛이지만, 대통령도, 정부도, 여당도 그 이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국가가 그날 무엇을 했는지 밝힐 책무가 정치에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 대통령께서 직접 오셔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해주셨으면 어땠을까"라며 "국가는 국민의 생명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꼭 명심하라"고 강조했다.국민의힘 정 비대위원장의 추모사 순서가 되자 유족들 사이에서는 욕설이 나오기도 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참사 직후 유가족들을 만나 (진상규명 등에)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드렸지만, 유가족 입장에서는 미흡한 점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유가족과 미래를 바라보고, 집권 여당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아들딸 159분의 못다 핀 꽃송이들이 밤하늘의 별이 돼 우리 마음에 기억되도록 모든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재난안전특별위원회를 설치해 후속입법 추진에 동참하겠다"고 했고,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는 "독립적인 재난조사 기구를 만들어 국가의 잃어버린 신뢰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모제에서는 생존자와 유가족 증언도 진행됐다.

참사 당시 생존한 김초롱 씨는 "참사의 유일한 원인은 그간 해온 군중 밀집 관리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사 희생자인 고(故) 이지한 씨의 아버지 이종철 씨는 유족이 지난 4일 서울광장에 설치한 분향소를 서울시가 6일 오후 1시까지 자진 철거하라고 통보한 데 대해 "저희가 치울 테니 많은 국화꽃으로 단장된 합동분향소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씨는 "(이 같은 요청을 수용하지 않고) 서울광장 분향소를 철거하려 하면 휘발유를 준비해 놓고 아이들을 따라갈 것"이라며 "철거하러 오는 순간 제2의 참사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이에 다른 유족들이 오열하며 "분향소 좀 설치해주세요!"라고 큰소리로 외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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