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 노쇼'에 우크라 위기?…러 "격전지서 승세"

우크라이나가 서방 세계에 요구해온 전차 보급이 지연되는 가운데 격전지에서 러시아의 반격이 시작됐다. 미국과 독일이 계속 전차 공급에 미온적 입장을 취하면 지상 화력에서 밀리는 우크라이나가 쉽게 공세적으로 전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동부 격전지인 바흐무트에 대한 공습 횟수를 늘리고 있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도 "러시아가 바흐무트에서 점차 승리를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또 우크라이나가 점령 중인 자포리치아 방향으로 진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참모부도 이날 하루 동안 자포리치아주의 25개 지역이 러시아의 포격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습을 강화한 것은 이 지역 내 우크라이나의 전력이 보강되지 않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회복하려면 전차가 필요하다"며 "돈바스에서 전차의 공격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독일은 자국의 주력 전차인 레오파드2를 우크라이나에 직접 공급하는 것에 대해선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주력 전차인 M1 에이브럼스를 공급하기 전까지 독일이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서방에 전차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해왔지만 영국만 주력 전차인 챌린저2 14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외 미국과 독일 등은 러시아를 자극하거나 전장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

다만 폴란드를 중심으로 레오파드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레오파드를 제조하는 독일은 폴란드를 통한 전차 보급에 대해선 반대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차 공급이 늦어지자 우크라이나의 공세가 무뎌지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는 이날 키이우를 방문해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두 배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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