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부정적' 50여곳…업종 간판기업 포스코·GS리테일도 강등

업종 불문…신용강등 쓰나미 '공포'

신용등급 올린 곳보다 내린 곳이 3배 많아
'부정적' 꼬리표 달면 1년 내 하향 가능성 커
롯데 계열사·씨티은행·쌍용건설 강등 후보군
기업들의 신용도가 줄줄이 떨어지고 있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국내외 경영환경이 악화하면서 기업들의 ‘기초체력’이 약해지고 있어서다. 자금조달의 핵심 지표인 신용도가 낮아지면서 기업들의 유동성 확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 신용등급 ‘악화일로’

27일 한국신용평가는 내년 경영환경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을 뜻하는 ‘비우호적 평가 업종’을 9개 분류했다. 전체 평가 대상(23개)의 약 40%에 달하는 수치다. 비우호적 평가 업종은 지난해엔 2개에 불과했지만 올해 건설,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증권, 캐피털, 생명보험, 저축은행 등 7개 업종이 추가됐다. 내년 ‘우호적 평가 업종’은 한 곳도 없다.다른 신용평가회사들의 전망도 비슷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평가 대상 37개 업종 가운데 16개 업종은 내년 실적이 올해보다 저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철강, 자동차, 정유, 증권 등이 대표적이다.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업종이 2개(조선·호텔)인 데 비해 8배 많다. 한국기업평가도 평가 대상 27개 업종 중 6개 업종에 대해 산업별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매겼다.

기업 신용등급은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코로나19 위기에도 기업들의 실적과 재무구조가 예상보다 크게 개선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4분기부터 정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전환됐다. 이달에만 14개 기업의 신용등급 및 전망이 하향 조정되면서 상향 조정 기업(5곳)을 압도했다. 내년에는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한층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른바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가 경기 침체를 유발하면서 내년 한국 경제는 1%대 저성장에 빠질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아시아개발은행(1.5%), 경제협력개발기구(1.8%), 한국은행(1.7%) 등 주요 기관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제시하고 있다.국내 신용평가 3사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앞두고 ‘부정적 전망’ 꼬리표를 달아놓은 기업은 현재 100곳 안팎(장기등급 기준)에 달한다. 기업들이 신용평가를 중복으로 받는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50~60곳은 6~12개월 이내에 등급이 실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롯데지주·롯데물산·롯데케미칼·롯데쇼핑 등 롯데 계열사를 비롯해 CJ CGV, 한국씨티은행, KDB생명보험, 쌍용건설 등 국내 주요 기업이 포함돼 있다.

자금조달 ‘비상’ 걸린 기업들

문제는 기업의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된다는 점이다.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회사채 발행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예컨대 이달 들어 신용등급이 ‘A+ 안정적’에서 ‘A+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된 롯데건설은 회사채 조달 비용이 1년 전과 비교해 세 배가량 커졌다.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AA급)의 신용 보강을 통해 1년 만기 회사채를 연 5.8%대 금리로 다음달 2일 발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에는 연 1.9%대 금리로 2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했다.

증권사 채권 담당자는 “A등급 기업이 BBB등급으로 하향되면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50조원+α’ 규모의 긴급시장안정대책 등 정부와 한국은행의 전방위 지원책으로 간신히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자금시장이 내년 초 다시 경색 국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40조282억원에 달한다.

장현주/최석철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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