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硏 등 연구기관 39곳, '블라인드 채용' 내년 없앤다

과기정통부 새 채용기준 확정

논문·연구·추천 등 고려해 선발
기관별 여건 고려해 자율성 부여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블라인드’ 채용이 내년부터 전면 폐지된다. 대신 논문과 참여 연구과제, 지도교수 추천서 등 연구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수집·활용해 전문성을 갖춘 지원자를 선발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연구기관 블라인드 채용제도 폐지 방침에 따라 소관 연구개발목적기관 39개에 적용할 새로운 채용 기준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대상 기관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및 소관 출연연과 KAIST 등 4대 과학기술원,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IBS) 등이다.새로운 채용 기준은 응시자의 학위취득기관, 연구수행기관, 지도교수 추천서 등 다양한 정보를 활용하는 국제 기준을 따른다. 서류·면접전형에서 응시자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세부사항은 연구기관별 여건을 반영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한다.

대신 성별과 연령, 출신지역, 가족관계, 신체조건, 재산 등 지원자의 역량과 무관한 인적사항에 대해서는 사전에 요구하지 못하게 한다. 능력을 중심으로 우수한 인재가 공정하게 선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이번에 확정된 채용 기준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블라인드 채용제도는 2017년 도입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당선 직후 ‘차별 금지’와 ‘기회 균등’을 이유로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을 추진했다. 블라인드 채용은 출연연을 포함한 350여 개 중앙공공기관, 410여 개 지방공기업 등에 100% 도입됐다.그러나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군까지 블라인드 채용제도가 도입되면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제는 2019년 말에 터졌다. 최고 등급의 국가보안시설인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한 결과 중국 국적자가 연구원으로 선발됐다. 1959년 개원 이래 정규직 연구원에 외국인이 뽑힌 것은 처음이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뒤늦게 채용을 보류하고 최종 불합격 처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국책 연구원 채용에서라도 블라인드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취임 후 처음 열린 지난 10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1차 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연구기관 블라인드 채용 전면 폐지 방침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과학기술 발전을 가로막는 그 어떤 규제도 정치적 이유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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