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블러 시대, 판 뒤집는 '신세계·KT 동맹'

유통·ICT 공룡 손 잡아

양사 수천만명 멤버십 일부 결합
통신 할인 등 '슈퍼 멤버십' 검토
물류·부동산·마케팅 등도 제휴
"빅테크의 공격, 협력으로 대응"
신세계그룹과 KT는 14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신세계-KT 디지털 에코시스템 사업협력 체결식’을 열었다. 왼쪽부터 최남철 KT에스테이트 대표. 최원석 비씨카드 대표, 강국현 KT 커스터머 부문장(사장),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 강희석 이마트 대표, 손영식 신세계백화점 대표,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 /신세계 제공
신세계그룹과 KT의 연합을 가능케 한 핵심 키워드는 ‘디지털 전환(DX)’이다. 신세계는 전 계열사의 멤버십, 물류 등을 통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디지털 역량 강화가 필수다. 5세대(G)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자율주행, 드론, 콘텐츠 등 분야에서 역량을 키우고 있는 KT는 확실한 조력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유통업계의 시각이다. KT는 새로운 고객사를 확보해 그간 접하지 못한 살아 있는 소비데이터를 접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쿠팡 잡을 ‘물류 동맹’

14일 신세계 관계자는 “신세계와 KT의 동맹은 통신과 유통을 대표하는 기업 간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당장 구체적인 밑그림이 마련된 것은 아니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할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의 중점 협력 분야로는 정보기술(IT)이 접목된 물류가 첫손에 꼽힌다. 이마트는 160여 개 매장을 도심형 물류센터(MFC)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SSG닷컴과 G마켓이 운영 중인 풀필먼트센터(FC)와 전국 점포를 연결하는 것도 과제로 남아 있다.

이와 관련, KT는 디지털 물류 자회사인 롤랩을 운영 중이다. 데이터에 기반해 e커머스 고객의 주문을 처리하고, 배송 동선을 최적화하는 등의 사업 모델로 2025년까지 약 5000억원의 매출을 거둔다는 목표를 세워놨다. KT 관계자는 “AI에 기반한 통합물류 배송에 대한 공동 투자 및 개발을 통해 디지털 물류 혁신을 앞당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KT는 신세계의 ‘디지털 조력자’

‘슈퍼 멤버십’이 양사 동맹의 ‘비밀 병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약 23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신세계포인트를 비롯해 글로벌G마켓의 스마일클럽(약 300만 명), 스타벅스코리아(약 900만 명)라는 강력한 멤버십 기반을 갖추고 있다.

KT의 멤버십 회원 수도 1000만 명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측은 “KT 통신요금제의 옵션으로 신세계그룹 멤버십을 선택하거나, 신세계 멤버십으로 KT 통신요금을 할인받는 방식 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세계는 그룹 최대 현안 중 하나인 그룹 멤버십을 완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작업을 KT와 함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T도 신세계와의 동맹이 시너지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KT는 전화국 부지를 활용해 호텔을 운영하는 등 부동산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경기 화성 테마파크 등 대규모 부지를 개발하는 신세계의 노하우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란 셈법이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빅블러 시대, 연합 가속화

신세계와 KT의 연합은 국가 간,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초(超)경쟁’의 산물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콘텐츠 기업인 넷플릭스가 게임을 내놓고, 동영상 메신저인 중국 틱톡이 라이브 쇼핑으로 알리바바그룹을 위협하는 시대다.

개별 기업이 사방에서 몰려오는 경쟁 압력을 견디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스스로 ‘빅테크’가 될 수 없다면 연합과의 동맹으로 힘을 키우는 것이 기업 전략의 핵심이 될 것이란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력도 KT가 스타벅스코리아의 디지털 인프라 확충에 협력하면서 강희석 이마트 대표와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이 의기투합한 게 계기가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동휘/이승우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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