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로 고통받는 美기업들

3분기 순이익 100억달러 증발
日상장사는 엔약세에 이익 상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달러 강세, 엔화 약세로 미국과 일본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환율 효과로 미국 기업들의 올 3분기 순이익이 100억달러 이상 줄어드는 반면 일본 기업들은 올해 4300억엔 이상을 더 벌어들일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증시 상장사들의 3분기 순이익이 달러 강세 때문에 기존 추정치보다 100억달러(약 14조2500억원) 이상 줄었을 것이라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적 발표가 시작되기 전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는 미 상장사들의 순이익 합계를 4800억달러로 추정했다. 원인은 ‘킹달러’다. 3분기(7~9월) 달러화 가치는 주요 선진국 통화들 대비 17% 급등했다. 20여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이 때문에 미국 기업들이 3분기 해외에서 현지 통화를 벌어들인 실적을 달러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환율 효과로 이익이 17%가량 줄어드는 상황을 맞았다. FT는 3분기 순이익 감소보다 앞으로 해외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미국 기업들에는 더 큰 고민이라고 전했다.반대로 일본 기업들은 엔화 가치가 올 들어 30% 가까이 떨어진 ‘혜택’을 보고 있다.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2022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실적 예상치를 발표한 도쿄증시 프라임시장 상장사 186곳 가운데 30%(55곳)가 순이익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이 기업들은 올해 순이익이 4300억엔(약 4조1494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 4~9월 달러당 엔화 가치는 평균 134엔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4엔 떨어졌다. 반년 만에 엔화 가치가 19엔 하락한 2013년 4~9월을 뛰어넘는 빠른 속도다. 일본 상장사들은 올해 엔·달러 환율을 평균 124엔으로 전제하고 실적을 추산했다. 실제 환율(30일 147.4엔)과의 괴리가 20엔 이상 벌어지면서 환율 효과를 반영해 올해 순이익 예상치를 조정하는 일본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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