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취임 JY "오늘의 삼성 넘어 초일류 만들자…그 앞에 서겠다"

소회·각오로 본 '뉴 삼성 5제'

3분기 부진한 성적표 발표한 날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해
위기 아닌적 없어…기회로 만들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이사회에서 회장으로 승진한 직후 서울중앙법원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회장 취임 후 첫 일정이 공판 출석일 정도로 5년 가까이 ‘사법 리스크’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뉴스1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삼성 사내 게시판에 올린 ‘미래를 위한 도전’의 일부다. 이날 이 회장은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10년 만에 회장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이재용 시대’의 출발을 알렸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삼성전자의 실적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 회장이 책임 경영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소회와 각오’는 “마누라와 자식을 빼곤 다 바꾸자”던 고(故)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을 이을 이 회장의 ‘뉴 삼성’ 청사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책임 경영 의지 강조

이 회장은 이날 취임사를 대신해 지난 25일 이건희 회장 2주기를 맞아 사장단 간담회에서 밝힌 소회와 각오를 전 임직원에게 공개했다. 이 글에는 이 회장의 신경영 의지가 담겼다. △적극적인 책임 경영 △인재 제일 경영 △초격차 기술 강조 △조직·문화 혁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이다.

이 회장은 “이건희 회장님의 치열했던 삶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며 “선대의 업적과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게 제 소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글로벌 시장과 국내외 사업장을 두루 살펴봤더니 절박했다”며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고 진단했다.이 회장은 책임 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돌이켜 보면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며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기 극복에 힘을 모으자고 했다. 이 회장은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가야 한다”며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창업 이후 가장 중요한 가치는 인재·기술”

이병철 선대 회장 시절부터 이어진 ‘인재 제일’ ‘기술 중시’ 경영 철학을 이어받겠다는 계획도 내비쳤다. 이 회장은 “창업 이후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라며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 있고,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가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초격차 기술력 확보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 회장은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도 반도체 신규 투자, 인수합병(M&A) 등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조직·문화 혁신에도 나설 전망이다. 이 회장은 “인재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조직문화, 도전과 열정이 넘치는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ESG 경영도 이 회장의 신경영에 포함될 전망이다. 이 회장은 “삼성은 사회와 함께해야 한다”며 “고객과 주주, 협력회사,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해야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미래 삼성의 비전으로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기업 △세상에 없는 기술로 인류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기업 등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글 말미에서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듭시다. 제가 그 앞에 서겠습니다”고 강조했다.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아버지, 할아버지 때보다 더 많은 국내외 주주의 관심을 받는 데 많은 책임감을 느끼는 것으로 안다”며 “회장 직함을 달고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기준 삼성전자 보통주를 보유한 소액주주는 592만2693명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