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의회, 29일 차기 대통령 선출 절차 돌입

주요 정치 블록, 후보 합의 없어…대통령 선출 지연될수도
레바논 의회가 출범 4개월여 만에 차기 대통령 선출 절차에 돌입한다. 그러나 마론파 기독교계에 할당된 대통령직을 승계할 후보에 대한 주요 정파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현 대통령의 임기까지 선출 작업이 마무리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나비 베리 레바논 의회 의장은 다음 달 31일 임기가 만료되는 미셸 아운 현 대통령의 후임자를 뽑기 위한 의원총회를 29일 소집한다.

1975~1990년 장기 내전을 치른 레바논은 각 종교 정파 간 세력 균형을 이유로 독특한 권력분점 시스템을 도입했고, 이에 따라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계에 배정됐다. 대통령 선출은 의원 투표로 결정된다.

1차 투표에서는 재적 의원 128명 중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받으면 당선되며, 2차 투표부터는 과반 득표자가 승리한다.

레바논 대통령은 총리 임면권과 함께 내각 구성권도 총리와 나눠 갖는다. 따라서 대통령이 선출되어야만 차기 내각 출범 등 정치 일정도 순조롭게 진행된다.

그러나 원내에 자력으로 대통령을 뽑을 만큼 의석을 확보한 정치 블록이 존재하지 않는 데다, 각 정치 블록 사이에 차기 대통령 후보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장기간 대통령이 선출되지 못한 채 정치일정이 지체되는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 레바논에서는 지난 2014년 5월 미셸 술레이만 대통령이 임기 만료로 물러났지만, 이후 정파 간 갈등으로 2년 넘게 대통령을 뽑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

대통령 선출을 비롯한 정치일정 지연은 사상 최악의 침체를 겪는 레바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대선에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는 마라다 당을 이끄는 유력 정치인인 술레이만 프란지에와, 1952년부터 1958년까지 레바논의 대통령을 지낸 카밀 샤문(1987년 사망)의 손녀인 트레이시 샤문 등이 있다.

프란지에는 아운 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우호 세력이다.

반면 아랍권 최초로 정당(레바논자유민주당)을 창당한 여성인 샤문은 기존 정치권의 변화를 추구하지만, 주요 정당의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미국과 걸프 국가 등의 지지를 받는 정당들은 헤즈볼라 우호 세력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으며, 지난 5월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무소속 의원 그룹은 개혁 성향의 대통령을 당선시키기 위해 로비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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