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만 피하자"…청약시장 뒤덮은 벤츠·샤넬 [김은정의 클릭 부동산]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본 용산구 일대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청약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벤츠 차량과 샤넬 가방까지 경품으로 등장하고 있다. 가파른 금리 인상과 맞물려 집 값 하향 조정 전망이 확산하면서 전국적으로 매수 심리가 움츠러들고 있어서다. 지방을 넘어 수도권에서까지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쌓이면서 위기 의식을 느낀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고가 경품을 내걸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는 경기도 의왕시 내손동에 들어서는 '인덕원자이SK뷰' 청약자를 대상으로 벤츠 A220 차량을 경품으로 내걸었다. 청약 접수를 한 뒤 응모하면 추첨을 통해 1명에게 벤츠 차량을 제공하는 식이다. 이 단지는 내손다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을 통해 오는 2025년 입주를 예정하고 있다. 2633가구의 대단지 아파트로 오는 19일 특별공급을 시작해 20일엔 해당지역 1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경기 하남시에 KCC건설이 선보인 주거형 오피스텔 '미사 아넬로 스위첸'은 지난달 계약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BMW 미니 쿠퍼 5도어 클래식을 경품으로 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대우건설 역시 올 7월 경기 화성에 복합 오피스인 '동탄푸르지오 시티 웍스'를 분양하면서 견본주택 방문자를 대상으로 벤츠 차량을 경품으로 내세웠다.

벤츠 차량 뿐만이 아니다. 대한토지신탁은 경북 칠곡에 '칠곡 왜관 월드메르디앙 웰리지'를 공급하면서 루이비통 가방을 경품으로 홍보했다. 대유산업과 한국건설이 선보인 ‘더로제아델리움 해양공원’은 분양 흥행을 위해 샤넬 핸드백을 경품으로 활용했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고가 경품을 들고 나선 건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면서다. 한국은행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대출이자 부담이 커진 수요자들은 매수 의지를 거둬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유례없는 거래 절벽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2~3년 간 급등한 집 값이 일러도 내년 상반기까진 계속 하향 조정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내 집 마련 시점을 늦추는 수요자들이 많아졌다. 청약 불패로 여겨지던 서울에서도 미달 사례가 나오자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경품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수요자들의 관심을 유도해 미분양을 줄여보려는 건설사들의 고육지책인 셈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일차원적이지만 경품 행사 규모를 크게 할수록 견본주택의 인기가 높아지는 게 사실"이라며 "미분양에 따른 직간접적인 경제적 손실을 감안하면 경품 자체는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가 경품만이 아니라 관리비 지원이나 현금 지원을 내 건 건설사들도 나오고 있다. 강북 수유동에서 대원이 시공을 맡은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올 3월 분양 후에도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지 않자 입주자들의 관리비를 대신 내준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분양 희망자 유치를 위해 3.3㎡당 1만원 가량 관리비를 지원을 약속했다. 라인건설은 충남 아산시에 조성하는 오피스텔 ‘천안아산역 이지더원' 계약자에게 현금 100만원이나 LG전자 스타일러를 지급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2010년께 경품 마케팅이 활발했다"며 "이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자 자취를 감췄는데 다시 나타나는 것을 보니 그만큼 분양 경기가 암울하다는 의미"라고 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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