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특구를 가다] ① KAIST '과학기술인이 나라 지킨다'

반세기 동안 박사 1만4천418명 등 과학기술 인력 6만9천388명 배출
도전·활약에 각계 호응 이어져…발전기금 4천778억원 유치
[※ 편집자 주 = 1973년 서울 홍릉의 연구단지를 대체할 '제2연구단지 건설기본계획'이 확정됨에 따라 대전 유성구·대덕구 일원 67.8㎢ 면적에 대덕연구개발특구(대덕특구)가 조성됐습니다. 내년이면 출범 50년주년 맞는 대덕특구는 현재 30여개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295개 연구소기업, 1천여개 벤처·중견기업, 다수 대학이 포진해 매년 수만개의 미래형 연구 결과물을 쏟아내는 국내 최대 원천기술 공급지로 성장했습니다.

연합뉴스는 대덕특구 내 연구기관 가운데 핵심 성과를 창출해내고 있는 10곳을 선정해 역사와 연구 성과, 중점 연구 분야 등을 소개하는 기획 기사를 매주 한 곳씩 10회에 걸쳐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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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달라 돋보일 수 있도록 학교가 지원할 것입니다.

학점에만 열중하기보다 책을 읽고, 세상에 나가 경험하고, 질문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함께할지 고민하고 성장했으면 합니다.

"
지난 2월 23일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학사과정 입학식에서 한 말이다. 지난해 취임식 때 화제가 된 'KAIST 학생들은 공부를 너무 많이 한다'는 말의 연장선이다.

이 총장의 발언은 KAIST의 환경이 자유롭지 않다는 뜻보다는 지난 50년 동안 그러했듯 시대 변화에 맞춰 늘 새로운 모습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KAIST는 1971년 서울 홍릉 연구개발단지에서 국내 최초 이공계 연구중심 대학원인 '한국과학원'(KAIS)으로 출발했다.
1973년 106명의 석사과정, 1975년 21명의 박사과정 신입생이 입학한 데 이어 1978년 8월 KAIS 1호 박사 양동렬 명예교수(기계공학과) 등 2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1980년 당시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와 통합해 교명을 지금의 KAIST로 변경했다.

같은 해 7월 대전 대덕연구단지(현 대덕연구개발특구)로 이전해 학부와 대학원을 모두 갖춘 지금의 대덕 캠퍼스 시대를 열었다.

반세기 동안 배출한 과학기술 인력은 박사 1만4천418명을 포함해 6만9천388명에 달한다.

1982년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 인터넷 시스템 구축, 1990년 국내 첫 인공지능(AI) 연구센터 설립, 1992년 인공위성 우리별 1호 발사 등 국내 과학 발전 역사에서 최초·최고의 성과를 써왔다.

1995년 386 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 2002년 휴머노이드 로봇(휴보) 개발, 2008년 한국인 최초 우주비행사 이소연 씨 배출, 2009년 무선 충전 전기버스 개발, 2020년 사이배슬론 국제대회 착용형 로봇 분야 금·동메달 수상 등도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2000년대 초까지도 100위권 밖에서 머물던 세계대학 중 순위도 2020년 39위(영국 고등교육 평가기관 'QS' 발표)로 껑충 뛰어오르는 등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뒀다
국내 최초 인공지능(AI) 대학원을 개설해 기계학습·인공지능·자연어처리·기계학습 분야에서 세계 10위권 연구 성과를 배출하고 있다.

통신 분야에서는 2019년 6세대(6G) 연구센터를 LG와 함께 설립한 뒤 지난해 6G 광대역 빔형성 솔루션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냈다.

이처럼 우리나라 산업화 태동기에 설립된 KAIST는 대한민국의 산업화 성공과 정보화 혁신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다.

반세기를 보낸 KAIST의 변화는 여러 방면에서 감지된다.

교육 면에서는 학생들이 기말시험 문제를 직접 내는 '문제 내는 문제'를 시범 도입하는가 하면, 인문학과 예술, 기술을 묶은 디지털 인문 사회과학부에서 다양한 영역을 탐색할 기회를 마련했다.

연구자 대상으로는 실패를 걱정하지 않고 자신 있게 연구해 최고보다는 최초의 연구를 지향하도록 제도를 갖추기 시작했다.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최근 KAIST의 핵심 키워드는 '최초'다.

사실 KAIST는 출발점부터 늘 최초를 추구했다.

KAIST의 '최초'는 전략이나 지향점보다는 사명에 가까웠다.
국내에 마땅한 석·박사 교육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 KAIST는 연구 중심 대학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한국에 도입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KAIST가 선보인 대학원 시스템은 곧 국내 대학에 확산해 고급 인재를 양성하는 데 기여했다.

최근 KAIST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의학전문대학원 설립 역시 처음이 되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다.

빅데이터와 AI 도입, 임상·연구 융합과 같은 격변하는 환경에 대응해 누구보다 먼저 바이오 시대를 준비하겠다는 선언이 바로 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이다.

국제무대에서 인정받는 양질의 성과 창출을 위한 개방형 공동연구 및 인력교류 활성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에 캠퍼스를 설립해 인재·연구 성과가 세계 시장에 직접 진출할 수 있는 글로벌 인프라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KAIST의 도전과 활약에 사회 각계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4천778억원의 발전기금을 유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KAIST에는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이 2012·2016·2020년 세 차례에 나눠 모두 766억원을 기부한 것을 비롯해 2008년에는 대한민국 1호 한의학 박사인 고 류근철 전 KAIST 특훈교수가 578억원을 내놓는 등 고액 기부가 이어졌다.

정문술 전 미래산업회장은 2001·2014년 515억원을,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은 2020년 500억원을, 김병호 서전농원 회장과 부인 김삼열 여사가 2009·2011년 350억원을, 대원각을 운영했던 고 김영한 여사가 340억원을, 지난 5월에는 한 50대 독지가가 300억원 상당의 본인 소유 건물 3채를 기부하는 등 KAIST에 관한 관심과 지원이 잇따르고 있다. 이광형 총장은 "세계정세가 산업기술 패권을 다투는 기정학(技政學) 시대에서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우주기술,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 등 10개 분야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21세기 대학의 새로운 책무"라며 "기술 패권과 국가적 위기에 맞서 과학기술인이 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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