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임협 가결에도 단협 부결로 재협상…분리투표제 영향(종합)

임협 58.7% 찬성으로 가결…단협 찬성률은 41.9%로 부결
일각서 분리투표제가 불필요한 재협상 야기 지적도

기아 노사가 2년 연속 무분규로 도출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투표 결과 임협은 가결되고 단협은 부결됐다. 이에 따라 2개월간 진행된 노사 협상이 원점으로 되돌아가면서 일각에선 임단협 분리투표제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조는 이날 오전 6시부터 낮 12시 30분까지 화성, 소하, 광주 등 전국 사업장에서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이날 투표에는 총원 2만8천265명 중 2만5천781명이 참여해 투표율 91.2%를 기록했다. 임협의 경우 찬성률 58.7%로 가결됐다.

모든 지회에서 찬성률이 절반을 넘었다.

그러나 단협은 대부분 지회에서 높은 반대표를 받으며 찬성률이 41.9%에 그쳐 부결됐다. 가결 조건은 투표 인원 대비 50% 이상 찬성이다.

기아 노사가 도출한 임협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9만8천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경영성과금 200%+400만원, 생산·판매목표 달성 격려금 100%, 품질브랜드 향상 특별 격려금 150만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통시장 상품권 25만원, 수당 인상을 위한 재원 마련 등 내용이 담겼다.

또 무상주 49주 지급도 포함됐다. 사내 복지를 다루는 단협 잠정합의안에는 경조휴가 일수 조정과 경조금 인상, 건강 진단 범위 와 검사 종류 확대, 유아교육비 상향, 전기차 구입시 직원 할인 등이 포함됐다.

노조에서는 이중 신차 구입 할인율에 반대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 노사는 1998년 현대차 그룹으로 인수된 뒤 최초로 2년 연속 무분규로 교섭에 합의했으나 이날 단협안 부결로 재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조기 타결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에 따라 노조 집행부는 향후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대응 방향 및 사측과의 재교섭 일정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임협 가결에도 단협 부결로 2개월간의 협상 노력이 물거품이 되자 자동차 업계에서는 기아의 분리투표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 등 다른 완성차업체는 입협과 단협안을 함께 투표하는 데 반해 기아는 별도 투표를 해왔고, 임협과 단협안 중 하나라도 부결될 경우 재협상이 불가피하다.

2000년 이후 분리투표에 따라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횟수는 총 3회(2회는 단협안 부결, 1회는 임협·단협안 동시 부결)에 이른다.

부결은 주로 단협안에서 나왔는데 파격적인 복지 혜택이 없을 경우 반대표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번 임단협 투표 결과를 보더라도 임협안 찬성인원 1만5천130명, 단협안 찬성인원 1만795명을 합치면 합산 찬성 비율은 50.3%지만 잠정합의안은 부결됐다. 업계 관계자는 "임·단협안은 서로 연관된 내용이 많아 임금안과 단협안으로 명확하게 구분하기가 힘들다"며 "모든 안건을 함께 고려한 조합원 총의를 묻는 것이 보다 타당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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