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亞 미술 중심지 될 수 있다? 이미 홍콩과 어깨 나란히 했다"

글로벌 미술계 인사 인터뷰

테이트 첫 女 관장 마리아 발쇼
"한국 작품, 런던·뉴욕서 인기몰이"

수석큐레이터 캐롤라인 부르주아
"K컬처 인기, 순수예술로 확산"

명문 화랑 대표 타데우스 로팍
"한국 미술 생태계 강력해"

미술 컨설턴트 앨런 슈워츠먼
"미술시장 건전한 성장 추구해야"
“서울이 아시아 미술의 중심지가 될 수 있냐고요? 이미 홍콩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마리아 발쇼 영국 테이트미술관 관장)

예술경영지원센터(KAMA)가 지난 1일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연 미술 콘퍼런스에는 세계적 인지도를 가진 미술계 ‘빅샷’이 대거 참석했다.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와 프리즈 아트페어(프리즈)를 계기로 방한한 인사들이다. 국제 미술계의 거물들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이 ‘아시아 미술 허브’로 거듭날 것이란 의견에 입을 모아 동의했다.영국 테이트미술관 최초의 여성 관장인 마리아 발쇼는 “현재 한국은 세계 미술 시장을 선도하는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 등에서 한창 인기몰이하고 있다”며 “서울은 홍콩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의 명문 화랑 타데우스로팍의 대표를 맡고 있는 타데우스 로팍은 “한국은 홍콩보다 좋은 작가들이 훨씬 많은 데다 유서 깊은 컬렉터 가문과 유능한 큐레이터도 여럿이어서 미술 생태계가 잘 형성돼 있다”며 “우리가 아시아 첫 번째 지점을 홍콩 대신 한국에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대중문화가 ‘K컬처’라는 이름으로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것도 한국 미술 발전의 든든한 토대가 됐다. 캐롤라인 부르주아 피노컬렉션 수석큐레이터는 “K컬처에 익숙한 전 세계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컬렉터들이 한국의 순수예술 작품을 사들이고 있다”고 했다. 피노컬렉션은 구찌 입생로랑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케링그룹 설립자 프랑수아 앙리 피노 회장이 세운 컬렉션으로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발쇼 관장도 “한국 대중문화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순수예술 분야 실력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 영화 ‘기생충’ 등으로 한국이 문화 강국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세계 미술 시장에서 존재감을 강화하기 위해 국제 미술 전문가들은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정부와 미술관의 역할이 크다고 조언했다. 발쇼 관장은 “우리가 지난 5월까지 북서울미술관에서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을 개최한 것처럼 한국 정부와 미술관들도 자국 미술의 매력을 알리는 해외 전시를 적극적으로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급속한 시장 과열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유명 미술 컨설턴트인 앨런 슈워츠먼은 “미술 시장에 거품이 생겼다가 꺼지면 반드시 큰 손해를 보는 사람이 나오고 이렇게 되면 미술계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안 좋아진다”며 “미술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수영/김보라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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