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만해협 우발적 충돌방지책 시급하다

美中 '공해의 범위' 갈등 고조
한국도 직간접적 영향권 놓여
안보이익 위해 주도적 역할해야

박희권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
대만해협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대만해협은 미·중 전략 경쟁의 전초기지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이 부딪치는 해역이다. ‘국가 통일과 영토의 완정성(完整性)’을 추구하는 중국과 현상 변경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충돌 무대다.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체제 대결로 파도가 높은 지역이다. 미국은 다층적 동맹체제 강화와 전략적 파트너와의 연대 강화를 통해 해군력을 투사하려고 한다. 중국은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을 통해 타국 군사력의 진입을 차단하려고 한다. 동아시아의 전략적 화약고로 대만해협이 거론되는 이유다.

대만해협은 대만과 중국 푸젠성 사이에 위치한 국제해협이다. 길이는 200해리(1해리는 1.852㎞), 폭은 70~220해리에 달한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을 자국 영토로 간주하기 때문에 외국 함정의 통과에 민감하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항행의 자유’ 작전에 따라 함선을 통과시킨다. 중국을 견제하고 대만을 수호하겠다는 의지 표명에 다름 아니다.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에서 미·중 국방장관은 해협 내 군사활동과 관련해 거친 설전을 벌였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해협이) 중국의 내수, 영해, 접속수역과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해당하며 중국은 주권, 주권적 권리 및 관할권을 향유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 따라서 쟁점은 해협 내 EEZ에서 군사활동이 허용되는지, 허용된다면 범위는 어디까지인지로 귀결된다. 이 문제는 유엔해양법 협약(UNCLOS) 성안 과정에서 해양국과 개도국 간 대립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중국 주장대로 연안국은 EEZ에서 주권적 권리와 관할권을 갖지만 상부 수역은 공해로서의 지위를 가지므로 군함 항행과 상공 비행을 포함한 군사활동은 허용된다고 보는 것이 UNCLOS, 국제관습법 및 국가 실행에 부합한다. 다만, 허용 범위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판단돼야 할 것이다. 실제 약 30개 국가가 제한을 두고 있으나 내용과 집행은 천차만별이다.흥미로운 것은 중국의 입장이다. 중국은 타국 군함이 EEZ에 진입하면 위협, 방해나 퇴거 요청을 한다. 그러나 군사정보 수집이나 해양조사를 위해 타국 EEZ에서 군사활동을 수행한다. 서해, 동중국해에서 중국 군함이 가상 중간선을 넘어 한국의 EEZ에 들어오거나 군용항공기가 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하는 것이 그 예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해지면서 갈등은 심화할 것이다. 갈등이 동북아의 평화를 저해하지 않도록 제도적, 규범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당사국의 이익에 부합한다. 특히, 우발적 충돌을 예방하고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년 11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우발 충돌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충돌 확대 방지에 공감했다. 그러나 공동성명 등 문서로 반영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 함정 조우 시 신호규칙이나 핫라인 사용에 대해 행동규범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은 대만 문제의 직간접적 당사국이다. 무역 의존도가 높고 자원 수입국인 한국에 해상교통로 확보는 중요하다.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추구하는 한국은 미국의 대중 견제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작년 5월 한·미 정상회담, 올해 6월 한·미 국방장관 회담과 한·미·일 국방장관 회의에서 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 중요성에 대해 합의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므로 우발적 충돌 예방을 위한 제도나 규범이 마련되도록 당사국 간 대화를 촉진하고 주선할 필요가 있다. 항행의 자유라는 해양국의 전통이익과 연안국의 안보이익이 균형을 이루도록 이니셔티브를 취함으로써 우리 외교가 글로벌 중추 국가에 걸맞은 창의적, 건설적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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