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 G20 회의서 중도 퇴장…"서방 비난 때문"

라브로프 "서방, 러 비난에만 열 올려"…조기 귀국설
"러, 우크라 곡물 수출 관련 협상 준비돼 있다" 발언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 본회의에서 서방을 규탄하며 중도 퇴장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dpa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8일 오후 일정과 공식 만찬을 건너뛰고 출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라브로프 장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회담들은 진행할 것이고, 그뒤 기자들을 만난 다음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G20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서방 국가들이 G20의 의무를 따르지 않고 세계 경제 사안들을 다루는 걸 방해했다"고 비판했다고 로이터, 스푸트니크 통신 등은 전했다. 그는 "(서방은) 연단에 서자마자 거의 즉각적으로 옆길로 새 러시아 연방을 우크라이나의 상황과 관련해 극도로 광분한 채 비난했다"면서 '공격자, 침략국, 점령자'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여러 국가가 G20 회의에서 러시아를 비난하는 행위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과 관련해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구체적인 시점과 관련해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튀르키예(터키) 간의 회담이 언제 열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번 회의 기간 미·러 양자회담이 성사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만남을 거부한 탓이라면서 "접촉을 포기한 건 우리가 아니라 미국이다.

우리는 회의를 하자고 쫓아다니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이 다자외교 회의에 참석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외교가에선 그의 본회의 발언에 맞춰 서방국 외교장관들이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보이콧'이 연출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다.

실제, 올해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서도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이 발언을 시작하자 미국 등 주요 서방국 장관들이 무더기로 퇴장한 바 있다.

전날 열린 공식 환영 만찬에서는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라브로프 장관의 참석에 항의하는 뜻에서 만찬에 불참했다. 블링컨 장관도 전날 밤 발리에 도착해 환영 만찬에 참석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