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용산~여의도~노들섬 벨트가 외자유치 거점…매력특별시 만들 것"

하이테크·금융·문화예술 어우러진 도시 인프라 구축
방만한 시민단체 지원금 등 예산낭비 사업 대폭 손질

안심소득 효과 철저하게 검증…尹정부 내 도입 추진
독립재단된 TBS, 혈세 낭비하지 말고 재정 독립해야
자치경찰 이름만 '자치'…단체장에 일부 인사권 줘야
오세훈 서울시장은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약자와 동행하는 따뜻한 서울, 기업과 사람들이 몰려드는 매력적인 서울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병언 기자
“‘약자 동행 특별시’ ‘매력 특별시’ 서울을 만들겠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7일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민선 8기 서울 시정 철학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약자 동행’은 6·1 지방선거 과정에서 맨 앞에 내세운 1호 공약이기도 하다. 모두에게 똑같이 나눠주는 퍼주기식 지원이 아니라 어려운 사람을 더 두텁게 지원하는 하후상박(下厚上薄)형 복지 철학이다. 오 시장이 인터뷰 중 여러 차례 언급한 ‘매력 특별시’는 도시 경쟁력 제고와 맞닿아 있다. 산업·금융·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도시 인프라 구축을 통해 기업과 사람이 몰려드는 혁신 거점을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첫 4선 서울시장의 각오가 남다를 듯합니다.“서울 25개 자치구 426개 동에서 승리한 6·1 지방선거 결과는 시민 여러분과 약속한 모든 공약을 반드시 지키라는 무언의 지상명령처럼 느껴집니다. 약자와 동행하는 상생 도시, 세계 기업들이 찾아드는 매력 도시 서울을 만들겠습니다. 도시 경쟁력을 높여 재임 기간에 뉴욕, 런던, 도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톱5 도시’로 키울 겁니다.”

▷도시 경쟁력이란 무엇인가요.

“사람들이 놀러 오고 싶고, 살러 오고 싶고, 일하러 오고 싶게 하는 도시 인프라를 만드는 겁니다. 자연스럽게 글로벌 기업들이 모여들게 되고 결국 경제 활력, 일자리 창출과 직결되죠. 전 세계 도시들이 앞다퉈 매력 경쟁을 하는 이유입니다.”▷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구상도 그 연장선인가요.

“용산은 새하얀 종이처럼 무한한 가능성을 그려 넣을 수 있는 서울 미래의 땅, 잠재력의 공간입니다. 지난 10년간 방치되며 여백으로 남아 있는 용산정비창 일대는 글로벌 하이테크 기업들이 몰려드는 아시아 실리콘밸리가 될 수 있습니다. 용산과 금융 중심지인 여의도, 문화·예술 지구로 키울 노들섬을 묶어 산업·금융·문화를 융합시키는 ‘트라이앵글’ 거점 전략이 핵심입니다.”

▷용산정비창 개발 마스터플랜은 언제쯤 나옵니까.“국토교통부와 막바지 조율 중입니다. 올 하반기께 발표할 수 있을 겁니다. 욕심내지 않고 단계적·순차적 개발로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구축하려고 합니다.”

▷코레일이 해당 부지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데요.

“용산정비창 부지를 누가 사더라도 서울시가 구상하고 있는 큰 틀의 그림은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직주근접’을 넘어 오피스와 주거가 어우러진 ‘직주혼합’ 형태로 개발될 겁니다.”▷시의회와 25개 구의 정치 지형이 달라졌습니다.

“지난 1년간 시의회의 발목 잡기에 묶여 시도조차 못했던 예산 낭비 사업 정리에 본격 나설 겁니다. 전임 시장 시절 민간 위탁 사업이란 명분 하에 방만하게 시민단체에 투입된 자금 흐름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겠습니다. 이 작업을 수행하는 데 시의회와 각 구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TBS 재정 독립을 누차 언급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 역시 서울시의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한 겁니다. TBS는 서울시에서 떨어져나와 독립재단이 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재정의 70% 이상을 서울시 출연금(매년 300억원 규모)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독립재단의 권한만 손에 쥔 채 재정 독립이란 의무는 거부하고 있는 겁니다. 왜 독립재단에 서울시 예산을 투입해야 합니까. TBS가 교통정보 제공이라는 본래 기능을 다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겁니다. 교육방송으로의 개편은 제가 제안한 아이디어일 뿐이고, 구체적인 기능 전환 방안은 TBS 스스로 마련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오세훈표 ‘안심소득’ 실험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기존 기초수급자, 차상위 계층에 적용되던 복지 전반을 대체할 새로운 복지 모델입니다. 일단 올해 500가구를 시작으로 5년(3년 소득지급+2년 정책효과 검증·분석)간의 정책 실험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기존 기초생활수급 제도에선 수급자들이 자격을 박탈당할까봐 일할 기회를 애써 외면하는 부작용이 있었는데, 안심소득은 일할 경우 지원소득에 더해 더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어 수급자의 근로 의욕이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전면 도입을 위해선 정교한 실험과 치밀한 검증 과정이 필요합니다.”

▷5년이란 실험 기간은 너무 길지 않습니까.

“처음 이 정책을 설계할 때는 정권 교체 전이었기 때문에 5년이란 충분한 시간을 둔 겁니다. 다행히 코드가 맞는 보수 정부가 출범했고, 여러 상황을 봐가며 스케줄을 앞당겨 이 정부 안에서 전면 도입 여부를 결정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2~3년 정도 실험이 이뤄지면 정책 효과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경찰권 통제를 둘러싼 정부와 경찰 간 갈등이 깊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단계부터 수사권의 무게중심이 경찰 쪽으로 점점 옮겨지면서 예고된 사태입니다. 행정안전부 내 경찰 관련 업무조직(경찰국) 신설은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적절히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에서 논의되는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권한을 몰아줄 때 가만히 있다가 이제 견제하겠다고 하니 반발하는 경찰의 태도는 맞지 않습니다.”

▷자치경찰제는 어떻게 보완해야 할까요.

“현 자치경찰제는 이름만 ‘자치경찰’이지 ‘경찰자치’나 다름없습니다. 실질적으로 자치단체장이 가진 권한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단체장은 이미 다 만들어진 자치경찰 승진안에 사인만 하고 임명장만 주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에요. 이 사람이 왜 승진해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구조입니다. 동네 치안도 파출소에 지시하는 게 아니라 협조 요청을 해야 합니다. 조직 통제력은 인사권에서 나옵니다. 적어도 지자체장이 일정 부분 자치경찰에 대한 인사권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서울·경기·인천 3자 정책협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경기지사, 인천시장과 합의한 3자 실무 협의체는 이미 가동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현안은 교통 문제입니다. 경기·인천에서 서울로 매일 출퇴근하는 사람만 200만 명에 달합니다. 이들을 모두 서울시민으로 생각하고 효과적인 대안을 만들겠습니다.”

▷서울 주택공급 가뭄을 해결할 방법은 무엇입니까.

“부동산 가격 안정과 공급 확대를 위해 기존 신속통합기획제도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신규 택지가 부족한 서울에서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재개발·재건축뿐입니다. 재건축 억제 도구로 이용돼 온 안전진단 기준과 과도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 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겠습니다. 다만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 초입 단계에 들어선 현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부동산 시장을 자극해 투기 수요가 발생하는 상황은 선제적으로 막겠습니다.”

▷차기 유력 여권 대선주자로 거론됩니다.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시정 추진 과정에서 괜한 오해를 받을 수 있어 부담되고 업무 수행에 방해만 됩니다. 다른 곳을 쳐다볼 여유가 없습니다. 서울시민들이 믿고 맡겨주신 시장직에만 전념하겠습니다.”

■ 약력△1961년 서울 출생
△대일고
△고려대 법학과
△26회 사법시험 합격
△제16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최고위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한나라당 간사
△제33·34대 서울시장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제38·39대 서울시장

이정호/안상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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