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조양호 회장 "앵글 바꾸면 사물도 바뀌듯 조직도 끝없이 혁신해야"

하늘에서 길을 걸은 경영인展
故 조양호 회장 '사진에 담긴 경영철학'

비행기서 촬영한 하늘·땅 30점…사진집·카메라 유류품도 전시
조원태 회장 "선친과 사진대화 생생"…27일까지 일우스페이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흉상 오른쪽)이 7일 서울 서소문로 대한항공빌딩 일우스페이스에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진작품 전시회에 앞서 열린 흉상 제막식에 참석했다. 왼쪽부터 이홍구 전 국무총리, 조현민 ㈜한진 사장, 조 회장, 문희상 전 국회의장. 대한항공 제공
7일 서울 서소문로 대한항공 빌딩 1층에 있는 일우스페이스. 이곳은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시민들을 위해 2010년 4월 개관한 도심 속 문화전시공간이다. 조 회장의 호인 ‘일우(一宇)’를 따 이름 붙여졌다. 이날 일우스페이스 1·2관에선 ‘하늘에서 길을 걷다… 하늘, 나의 길’이라는 주제의 사진전이 열렸다. 조 회장이 생전에 촬영한 사진 45점을 비롯해 고인이 간직했던 카메라와 각종 스포츠 대회 배지 등 유류품이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번 전시회는 이날부터 오는 27일까지 3주간 열린다.

1관에서는 조 회장이 비행기에서 촬영한 하늘의 모습과 다양한 대지의 풍경을 담은 작품 30점이 전시됐다. 조 회장이 기내에서 직접 촬영한 키르기스스탄 톈산산맥,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 등 선명한 사진이 눈에 띄었다. 2관에서는 풍경 사진 15점과 달력 10점 및 고인이 평소 아꼈던 사진집, 카메라, 가방 등의 유류품이 전시됐다. 특히 조 회장이 직접 찍은 사진으로 매년 지인들에게 선물한 달력들이 관심을 끌었다.2020년 4월 별세한 조 회장은 생전에 카메라 사랑이 각별했다. 촬영 솜씨가 프로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조 회장이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때 부친에게서 평소 좋아하던 카메라를 선물로 받은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살아생전 수시로 국내외 출장을 떠났던 조 회장은 항상 카메라를 품에 안고 다녔다고 한다. 고인을 수십 년 동안 곁에서 보좌했던 이재준 대한항공 사진담당 부장은 “조 회장은 바쁜 해외 출장 중에도 멋진 풍광이 눈에 들어오면 항상 사진을 찍었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사진 촬영을 취미에만 국한시키지 않았다. 그는 사진 촬영에서 착안한 ‘앵글 경영론’을 기업 경영에 접목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앵글을 바꾸면 똑같은 사물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것처럼 ‘앵글 경영론’을 통해 조직도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조 회장의 지론이었다.

이날 열린 사진전 개막 행사에는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장남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딸인 조현민 ㈜한진 사장 등 유가족과 외부 인사, 한진그룹 전·현직 임원 등 수십 명이 참석했다. 조 선대회장의 흉상 제막 행사도 함께 열렸다.조원태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부친의 각별했던 사진 사랑을 회고했다. 조 회장은 “아버님과 함께 출장길에 나서던 그때가 생각난다”며 “바쁜 와중에도 카메라를 챙겨 같은 풍경을 각자 다른 앵글로 담아내고, 서로의 사진을 보며 속 깊은 대화를 나눴던 일 하나하나가 아직도 기억 속에 선연하다”고 말했다.

외부 인사로 추모사를 맡은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은 “조 회장은 일우라는 호처럼 큰 집과 같은 분이었다”며 “돌아보면 삶의 중요한 궤적마다 회장님의 도움과 가르침이 있었다”고 기억했다.

이번 사진전 기획을 맡은 구본창 작가는 “조 회장이 사진으로 남긴 길과 그의 시선을 따라가보면, 한계 없고 자유로운 하늘과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동경과 따뜻한 애착 및 새로운 길에 대한 의지가 감동으로 다가온다”고 소개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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