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세계선수권 우승까지"…우상혁, 국제대회 4회 연속 우승

현역 최고로 평가받는 바심 누르고, 다이아몬드리그 개막전 우승
7월 세계선수권 金, 9월 다이아몬드리그 챔피언십 우승 목표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은 이제 대회 규모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장 높게 날아오르는 '세계 최고 점퍼'다. 한때 육상 전문가들도 '젊은 선수의 패기'라고만 생각했던 우상혁의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우승 목표'가 이젠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 됐다.

우상혁은 14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연맹 다아이몬드리그 개막전에서 2m33을 뛰어 우승했다.

최근 실내와 실외 국제대회 4회 연속 우승 행진이 이어졌다. 이날 현역 최강이자 지난해 열린 2022 도쿄올림픽 공동 1위 무타즈 에사 바심(31·카타르)은 자국 팬들의 열렬한 응원 속에 도약했지만, 우상혁보다 낮은 2m30을 뛰었다.

경기장을 강타한 바람에 많은 선수가 흔들렸지만, 우상혁은 달랐다.

2m24에서 1, 2차 시기를 실패했지만, 2m27을 2차 시기에 넘었고, 2m30과 2m33은 모두 1차 시기에 성공했다. 도쿄올림픽 공동 1위 장마르코 탬베리(30·이탈리아)는 2m20으로 7위에 그쳤다.
우상혁이 '현역 최강' 바심을 누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도쿄올림픽에서는 바심과 탬베리가 2m37로 공동 금메달리스트가 됐고, 2m35를 뛴 우상혁은 4위로 아쉽게 시상대에 서지 못했다. 당시 한국 육상은 우상혁이 만든 트랙&필드 사상 최고인 '4위'에 만족했다.

그러나 우상혁은 더 높은 곳을 바라봤고, 2022년 세계 1위로 도약했다.

2월 실내경기에서부터 우상혁은 거침없이 날아올랐다.

2월 6일 체코 후스토페체에서 2m36을 뛰어 자신이 보유한 한국기록을 바꾸더니, 2월 16일 슬로바키아 반스카 비스트리차에서 열린 실내 육상대회에서는 2m35를 넘어 우승했다.

3월 20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메이저대회 2022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2m34를 뛰어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우상혁은 탬베리를 처음 이겼다.

세계실내선수권 탬베리의 기록은 2m31(3위)이었다.

실내경기 2022시즌 세계랭킹 1위의 완장을 차고 한국으로 돌아온 우상혁은 두 차례의 국내 실외 경기에서 2m30, 2m32를 뛰어 실외 경기 세계 랭킹 기록을 만들었다.

그리고 세계 최정상급 선수만 참가하는 다이아몬드리그에 초청받아 2m33의 2022년 세계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한국인 최초의 다이아몬드리그 우승의 빛나는 이정표도 세웠다.
이제 우상혁의 시선은 7월 15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개막하는 세계육상선수권을 향한다.

그는 "실내 대회 세계 챔피언이 됐으니, 실외 세계선수권에서도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초전 격이었던 도하 다이아몬드리그에서 바심을 제치고 우승하며 우상혁의 자신감은 더 자랐다.

우상혁이 '은인'이라고 부르는 김도균 대표팀 수직도약코치는 "바심, 탬베리보다 우상혁이 시즌을 일찍 시작해 몸을 더 빨리 만들었다.

아무래도 우상혁이 이번 대회에서 유리한 점은 있었을 것"이라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우상혁과 '올 시즌에는 정말 전력으로 달려보자'고 말했다.

이번 대회가 고비라고 생각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날씨와 트랙 등 더 좋은 환경에서 열리는 경기에서는 기록도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 선수 중 실외 경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딴 선수는 경보 종목의 김현섭, 단 한 명뿐이다.

김현섭은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20㎞ 경보 결선에서 1시간21분17초로 6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이후 도핑 재검사에서 금지약물성분이 검출된 선수가 대거 나오면서 3위로 올라섰다.

세계육상연맹은 도하 세계육상선수권이 진행 중이던 2019년 10월 1일 '2011년 대구 세계선수권 남자 20㎞ 경보 동메달 시상식'을 열고 김현섭에게 동메달을 전달했다.

우상혁이 올해 7월 유진에서 시상대에 서면, 한국 육상 두 번째 세계육상선수권 메달리스트가 된다.

1위 또는 2위에 오르면 한국 선수 최고 성적을 작성한다.

메달만 따도 한국 육상의 역사가 바뀌지만, 우상혁은 '우승'을 목표로 정했다.
세계육상선수권이 끝나도 우상혁은 도약을 멈추지 않는다.

세계 최정상급 육상 선수들이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다음으로 가치 있게 여기는 '다이아몬드리그 챔피언'이 우상혁의 새로운 목표다.

다이아몬드리그는 1년에 총 14개 대회가 열리는데, 13개 대회에서 랭킹 포인트로 순위를 정해 '챔피언십' 격인 14번째 대회에서 '최종 승자'를 가린다.

올해는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7월 30일 상하이, 8월 6일 선전에서 열 예정이던 다이아몬드 리그 경기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8월 6일 다이아몬드 경기는 폴란드 호주프가 개최권을 획득했지만 7월 30일 상하이 경기는 아예 취소해 올해는 13개 대회만 열린다.

9월 8∼9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리는 마지막 대회에서 종목별 챔피언을 가린다.

각 대회에서 우승하면 1만달러, 다이아몬드리그 최종 1위에 오르면 3만달러를 받는다.

올해 남자 높이뛰기를 편성한 다이아몬드리그는 도하, 영국 버밍엄(5월 21일), 이탈리아 로마(6월 10일), 모나코(8월 30일), 스위스 로잔(8월 27일), 스위스 취리히(9월 8∼9일) 등 6개 대회다.

호주프 대회에서도 높이뛰기가 추가될 수 있다.

9월 취리히 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는 다이아몬드리그 랭킹 포인트 상위 6명이 출전한다.

우상혁은 이번 시즌 개막전에서 우승해 랭킹 포인트 8점을 얻었다.

과거 기록을 보면 승점 10 정도를 얻으면 상위 6명 안에 들 수 있다.

우상혁이 21일 열리는 영국 버밍엄 대회에서 높은 랭킹 포인트를 추가하면 일찌감치 다이아몬드리그 결승행도 사실상 확정한다.

우상혁의 빛나는 여정은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절정에 이를 수 있다.

우상혁은 여러 차례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이젠 누구도 우상혁의 '파리올림픽 금메달 목표'를 '무모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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