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끝나가고 회식 줄줄이 대기…직장인들 '올 게 왔다'

기대 반 걱정 반…대중교통 혼잡에 주초부터 심야에 택시 부족
자녀·반려동물 돌봄 애로 호소도…고유가에 출퇴근 기름값 걱정
사실상 '마지막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일부 기업들부터 서서히 재택근무가 해제되고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포스코를 시작으로 주요 기업들도 방역지침을 속속 완화하는 가운데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동료들과 대면해 업무를 하니 반갑다는 목소리와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반응이 뒤섞여 나오고 있다.

젊은 층에서는 2년 넘게 회식 등 대면 사회생활을 경험하지 못했던 만큼 기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강남의 한 회사에 다니는 김모(28) 씨는 5일 "소그룹 단위 회식만 가능하다 보니 신입사원들도 두루 친해지기 어려운 환경이었는데 앞으로는 그런 문제가 좀 해소될 것 같다"며 "다양한 구성원들과 활동해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했다. 올해 1월 송파구의 한 회사에 입사했다는 곽소현(28) 씨도 "거리두기가 풀리자마자 회식이 잡히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에 거부감은 없고 오히려 좋다.

신입인데 회사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어서"라며 "또 코로나 기간 일찍 집에 가는 것에 사람들이 적응해 회식해도 늦게 끝내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곽씨는 "친언니는 은평 자택에서 파주 소재 직장에 다니는데, 1년 넘게 주 3∼4회 재택근무를 하다가 출근해서 그런지 높은 기름값, 반려묘 돌봄 문제 등으로 막막해하는 것 같더라"고 전했다. 금천구 시흥동에 거주하는 정모(27) 씨도 지난해 11월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래 첫 워크숍 참석을 앞두고 마음이 '반반'이라고 했다.

정씨는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분위기에 주중 워크숍을 간다.

동료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설렘 반, 혹시나 모를 감염에 대한 걱정 반"이라고 말했다.
감염 우려와 자녀 돌봄 문제 등으로 한숨을 쉬는 사람들도 있다.

강남구 학동에서 출퇴근하는 김모(29) 씨는 "확진자가 60만 명씩 나올 때는 대중교통이 여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비하면 요즘은 다시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도봉구에 거주 중인 김동혁(30) 씨는 "모임 제한이 풀리면 그동안 미뤄둔 회식이 갑자기 많이 생길까 봐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구로구에서 판교 소재 직장에 다니는 조모(26) 씨는 "재택근무 때는 출퇴근 시간을 절약해 좋았는데 개인 시간이 줄게 돼 아쉽다.

또 마스크 착용도 곧 자율이 된다던데 대중교통에서 뒤늦게 감염돼 눈치 보이는 격리를 하게 되지 않을지 부담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용산구에 사는 김지현(33) 씨는 생후 27일 된 아기가 가장 걱정이라고 했다.

김씨는 "확진자가 아직 수십만 명이 넘어가는데 거리두기를 풀면 신생아나 임산부는 어떻게 하라는 건가"라며 "점심을 혼자 차에서 먹을 정도로 조심했는데 이 노력이 수포가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회식이 늘면서 심야에는 택시 부족 현상도 다시 벌어질 조짐을 보인다.

최근 식당 등이 자정까지 영업할 수 있게 되면서 자정 후 도심 곳곳에서 택시가 잘 잡히지 않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날도 0시께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쪽에서 강남구 개포동으로 가는 택시를 호출했으나 오지 않았고, 광화문역에서 마포역을 향하는 택시는 7차례 호출 끝에 겨우 잡혔다.

택시 기사 홍모(55) 씨는 "월요일과 화요일은 그나마 승객 자체가 많지 않은데, 목요일과 금요일이 더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성동구 자택과 종로구 회사를 오가는 구모(27) 씨도 "예전에 을지로에서 회식을 한 뒤 택시가 너무 안 잡혀 왕십리까지 1시간 반가량 걸은 적도 있다.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회식이 늘 텐데 걱정이다.

웬만하면 막차 전에 일어나려 한다"고 말했다. (이정현 서대연 안정훈 오진송 임지우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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