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전쟁 발 인플레 공포에 먼저 두 손 든 유럽, 다음 주 미국 Fed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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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벤트의 결과는 뉴욕 증시에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① 러시아-우크라이나 외무장관 협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회담은 단 1시간 반 만에 끝났습니다. 깊이 있는 토론이 없었다는 뜻이겠지요. 회담 종료 직후 우크라이나의 드미트리 쿨레바 외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전달한 대략의 얘기는 우크라이나가 그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때까지 공격을 계속할 것이며, 이러한 요구 중 가장 최소한은 항복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러시아의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협상 테이블에 휴전 협정이 논의되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민간인 피난을 위한 인도주의적 통로에 대해 약속하지도 않았습니다.이와 관련,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스펄리 설립자는 "기자회견의 헤드라인 중 일부는 별로 고무적이지 않지만, 이번 회담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과정의 하나"라면서 "여전히 회담이 열린 것, 그리고 라브로프 장관의 몇몇 발언은 고무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라브로프 장관의 세 가지 멘트가 고무적이라고 밝혔는데요. 첫 번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을 논의하는 데 열려 있다고 밝힌 것, 두 번째, 우크라이나에서 나온 중립화 논의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말한 것, 세 번째는 미래 어느 시점에 푸틴과 젤린스키가 만날 가능성도 있다고 밝힌 것 등을 지적했습니다.
크리스펄리 설립자는 "오늘은 돌파구가 없지만 이런 발언을 고려할 때 계속 회의 진전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내 생각은 양국의 출구 전략이 시야에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현재 상황은 양국 모두에게 견딜 수 없는 상황"이라며 러시아는 군사 작전에서 진전을 거두고 있지 못하며 경제는 서방의 제재로 파괴되고 있고, 우크라이나는 무차별적인 폭격에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② 채권 매입 앞당겨 끝내겠다는 ECB
-팬데믹 긴급매입프로그램(PEPP) 3월 종료
-기존 자산매입프로그램(APP) 3분기에 종료할 수 있음. 채권 매입 규모는 기존 월 200억 유로에서 4월 400억 유로로 늘린 뒤 5월 300억 유로, 6월 200억 유로로 감축. (기존 계획은 2분기 400억 유로, 3분기 300억 유로, 4분기 200억 유로)
-'필요할 경우 금리를 더 낮출 수 있다'라는 문구 삭제 정리하면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기존 계획보다 4개월 빨리 끝내고, 연말 금리 인상 가능성도 시사한 것입니다.
ING는 "오늘 결정은 올해 말 이전에 첫 번째 금리 인상의 문을 활짝 열어둔 것"이라면서 매파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ECB가 현시점에서 높고 가속화되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우크라이나에서 진행 중인 전쟁과 극도로 높은 불확실성에 대응해 ECB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③비관과 낙관이 교차한 CPI
전월 대비 0.8% 상승에는 에너지, 식료품 상승세가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에너지는 전월보다 3.5%나 올라 0.8% 상승 중 0.26%포인트를 차지했습니다. 유가가 2월 말 러시아의 침공 이후 급등한 걸 고려하면 향후 몇 달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더 치솟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블룸버그는 3월 9%대 수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식료품 가격도 전달보다 1% 올랐습니다. 전년 동기보다는 7.9% 올라 1981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을 나타냈습니다.
⒝ 가속화되고 있는 건 아니다
월가가 가장 집중해서 보는 건 전월 대비 근원 CPI 수치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지금은 언제부터 떨어질지가 핵심이기 때문에 전월 대비 수치가 가장 중요하다"라면서 "에너지와 음식료 가격은 변동성도 심하고 Fed가 통화 정책으로 제어하기도 어려운 만큼 빼고 보는 게 맞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전월 대비 근원 CPI는 지난 10월 0.6% 11월 0.5%, 12월 0.6%, 1월 0.6%에 이어 2월 0.5%가 나왔습니다. 이와 관련, 저스틴 울퍼스 미시간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원 CPI만 보면 인플레이션이 높긴 하지만 가속화되고 있다고 볼 순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 서비스로 확산 지속
사실 상품 가격은 안정화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를 일으켜온 중고차 가격은 전월 대비 내림세로 돌아섰습니다. 중고차 세탁기 등 내구재 가격의 상승 속도도 더뎌졌습니다. 문제는 물가 상승세가 이미 상품에서 서비스업으로 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비스 물가는 전월 대비 0.5%, 전년 대비 4.4% 높아졌습니다.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5% 올랐는데요. 이제 일시적 요인(팬데믹 관련 항공료, 호텔비 및 자동차 관련)은 비중이 대폭 줄었습니다. 대신 한번 오르면 지속해서 상승하는 '끈적끈적한' 요인인 주거비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2월 주거비는 0.5% 상승해 작년 11월 이후 가장 높아졌습니다. 근원 CPI 상승률 0.5% 중 0.19%포인트를 차지했습니다. 팬데믹 이전에는 평균 0.11% 정도만 차지했었지요. 손성원 로욜라 매리마운트대 교수는 “주거비는 점진적으로 상승하기 마련이다. 향후 몇 달간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중앙은행(Fed) 인사들은 올해 인플레이션을 3%대로 낮추겠다고 밝혀왔는데, 지금처럼 전월 대비 수치가 0.5%가 나오면 6%대가 된다"라면서 3월 FOMC에서 좀 더 공격적인 점도표가 나오거나, 예상보다 좀 더 이른 5, 6월께 대차대조표 축소가 시작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실제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는 올해 기준금리 인상 예상 횟수가 다시 7회로 높아졌습니다. 또 기준금리 움직임을 잘 따르면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7%를 넘어섰습니다.
매일 큰 폭으로 출렁이는 주가와 유가, 금리처럼 지금 투자자들은 확신이 없습니다. 어제 급등하자 바닥론이 잠깐 나오기도 했지만, 다수는 아닙니다. 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평론가는 "랠리는 최근 하락세를 반전시킬 만큼 충분히 광범위하거나 강력하지 않다. S&P500 지수가 4350 이상을 넘는 게 곰(비관론자)들의 마음을 바꾸기 시작하는 첫 번째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