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조달선 막힌 러시아…실효성 떨어지는 대응수단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SWIFT 배제로 달러 유로 거래선 끊겨
서방에 맡긴 외화자산도 동결
만기도래하는 채무 갚기 어려워
금융위기 가능성 커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러시아의 달러조달이 사실상 끊긴다. 지난 27일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 은행을 배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 목적으로 러시아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 러시아는 이에 대응해 자체 결제시스템을 활용한다는 계획이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일본 등은 지난 27일 공동 성명을 내고 러시아 일부 은행을 선별해 SWIFT 결제망에서 전면 배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SWIFT는 세계 200여 개국 1만1000여 개 금융회사가 돈을 지급하거나 무역대금을 결제하는 전산망이다. 세계 금융을 연결하는 파이프 역할을 한다. 예컨대 러시아 A기업이 서울의 B에 달러를 보내기 위해 러시아 거래은행에 요청하면, 이 은행은 스위프트망을 통해 B 거래은행에 메시지를 보내 결제하는 식이다. SWIFT 퇴출은 달러, 유로 결제가 막힌다는 것을 뜻한다. 러시아가 해외에 천연가스와 물품 수출대금 회수가 차단되는 것은 물론 금융거래도 전면 막힌다는 의미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환보유액에 접근하는 길도 끊긴다. 지난해 말 러시아가 보유한 외환보유액은 6306억달러로 세계 5위다. 이 가운데 절반이 달러화와 유로화로 구성됐다. 러시아 은행과 기업들은 만기가 도래하는 외화차입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민간의 부도 및 국가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도 커졌다.

러시아는 2014년에 SWIFT 대응수단으로 자체 결제시스템인 러시아금융통신시스템(SPFS)과 함께 국제 결제가 가능한 카드인 미르(Mir) 등을 개발했다. 중국도 중국국제결제시스템(CIPS)를 활용해 러시아와의 연계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 시스템은 해외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채널로 실효성이 떨어진다. KOTRA에 따르면 SPFS 가입한 은행 400여곳 대부분이 러시아계 은행이다. 주요 러시아은행의 SWIFT 배제로 달러, 유로 조달이 막힌 상황이다. SPFS의 한계도 뚜렷하다. 코트라에 따르면 SWIFT는 24시간 작동하고 운영되는 반면 SPFS는 러시아 시간기준으로 주말과 야간에는 운영되지 않는다.

미르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르는 러시아어로, ‘세계’라는 뜻이다. 2014년 러시아 중앙은행이 시스템망을 구축한 카드다. 미르는 러시아 국내 결제거래 건수의 25%를 차지한다. 작년 9월 말 기준 미르 카드는 1억개가량이 발행됐다. 하지만 미르는 아르메니아 조지아 등의 나라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터키 키르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베트남 벨라루스도 제한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존재감이 약하고 국제적 결제수단으로서 한계가 뚜렷하다.

러시아가 중국 결제망인 CIPS(중국 국제 금융거래 결제 시스템·Chinese 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를 활용해 위기에 대응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SWIFT 배제 등을 염두에 두고 CIPS를 구축했다. 하지만 CIPS의 위안화의 국제 결제 비중이 2%에 머무르는 상황에서 실효성 논란이 불붙고 있다. CIPS 시장규모는 SWIFT의 0.3%에 불과한 상황으로 추산된다. 현재까지 CIPS 가입 협정을 체결한 러시아 금융기관은 20~30개 사이인 것으로 파악된다.

러시아 국내에선 거래 비중이 24%까지 늘었지만, 해외에서 미르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국가는 우즈베키스탄 등 러시아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SPFS와 연계한 CIPS 역시 스위프트를 대체하기엔 존재감이 미미하다. 국제 금융 시장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2% 미만으로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에도 밀린다. 그 결과 CIPS의 규모는 스위프트의 0.3%에 불과하다고 샤기나 연구원은 전했다.SWIFT에서 배제된 러시아가 SPFS 미르 CIPS 등을 활용할 것이지만, 달러 등 외화조달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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