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편의점서 판다고 하더니…자가진단키트 가는 곳마다 품절"

구매물량 제한에도 수요 폭증

식약처, 편의점 5만여곳에
18일까지 670만명분 공급키로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를 100개 들여놨는데 하루 만에 다 팔렸어요. 재고가 모두 동나서 열이 나는 사람들을 그냥 돌려보낼 수밖에 없어요.”

서울 종각역 근처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는 15일 “최근 자가진단키트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지만 물량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지경”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이날 자가진단키트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해 약국과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자가진단키트를 개당 6000원으로 지정했다. 한 명이 한 곳에서 구매할 수 있는 키트 개수도 최대 다섯 개로 제한했지만, 여러 곳에서 중복 구매하는 건 막지 않아 현장에선 자가진단키트 품절 사태가 이어졌다.1인당 최대 구매 가능 개수를 꽉 채워서 사는 사람이 많은 것도 키트가 빠르게 소진되는 이유로 꼽힌다. 유전자증폭(PCR) 검사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지는 자가진단키트는 처음엔 ‘음성’이더라도 나중에 ‘양성’이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키트를 미리 여러 개 챙겨두지 않으면 발열, 기침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나타나도 키트를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한다.

PCR 검사 대상이 아닌데도 병원 등에서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PCR 검사를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현행 지침에 따르면 자가진단키트에서 양성이 나온 사람만 선별진료소 등에서 무료로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자가진단키트의 음성 결과를 믿지 못하고 병원에서 PCR 검사를 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이 경우 PCR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해당 병원에서 비용을 환급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당장 PCR 검사 역량을 늘리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PCR 검사에서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판단하려면 여러 명의 검체를 한꺼번에 검사하는 ‘풀링(취합)’ 검사를 한다. 그런데 최근 전체 검사자 대비 확진자 비율인 ‘양성률’이 높아지면서 풀링 검사보다 개별적으로 양성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방대본 관계자는 “풀링 검사 비중이 줄어들면 전체 PCR 검사 역량이 감소한다”며 “이달 말 하루 PCR 검사 역량을 85만 건으로 늘리려고 했지만, 실제 검사 가능 건수는 이보다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1주일간 하루 평균 PCR 검사 건수는 48만여 건이었다.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 메디안디노스틱, 오상헬스케어의 자가진단키트를 추가로 허가해 키트 제조사를 5곳에서 7곳으로 늘렸다. 식약처는 18일까지 전국 편의점 5만여 곳에 키트 670만 명분을 공급할 계획이다. 방역당국은 16일부터 코로나19 재택치료자가 해열제 등 처방 의약품을 일반 동네약국에서도 받을 수 있다고 이날 밝혔다.

이선아/이광식/최예린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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