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 예상보다 빠르다"…中, 기준금리 20개월 만에 인하

1년 만기 LPR 3.85%→3.8%
위안화 절상 압력 완화될 듯
경기 하강 우려가 커지고 있는 중국이 기준금리를 20개월 만에 내렸다. 미국 등 주요 경제대국들이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 인상에 나서는 것과 대비된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2월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전달의 연 3.85%보다 0.05%포인트 낮은 연 3.80%로 20일 발표했다. 다만 5년 만기 LPR은 연 4.65%로 동결했다.

중국은 2019년 8월부터 LPR을 사실상의 기준금리로 지정했다. 1년 만기는 일반 대출에서, 5년 만기는 주택담보대출에서 기준으로 쓰인다. LPR은 18개 은행이 보고한 최우량 고객 대출 금리의 평균치로 매달 20일 공표된다. 형식상으로는 은행들의 동향을 취합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중앙은행이 정책 지도 등을 통해 결정한다.

인민은행이 LPR을 내린 것은 작년 4월 이후 20개월 만이다. 인민은행은 당시 1년 만기는 0.2%포인트, 5년 만기는 0.1%포인트 내렸다. 이번 인하 폭이 상대적으로 작은 것은 중국 당국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금리를 내릴 필요성이 커졌지만 인플레이션과 부실 부채 문제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중국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작년 동기 대비 18.3%로 치솟았다. 당시 금리 인상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전력난, 부동산시장 침체 등으로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은 4.9%까지 주저앉았다. 일부 전문가는 4분기에 경제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이달 초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내년 경제 정책 기조를 ‘안정 속 성장’으로 결정하고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온건한 통화정책을 유지한다는 원칙을 내놨다. 이런 가운데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자 시장의 관심은 중국이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지에 쏠리고 있다.

싱자오펑 호주뉴질랜드은행(ANZ) 중국전략가는 “경제 하강 속도가 중국 정부의 예상보다 빠르다는 점을 반영한 조치”라며 “내년 초 지급준비율 추가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앞서 인민은행은 지난 15일 은행 지급준비율을 8.4%로 0.5%포인트 내려 1조2000억위안 규모의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중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최근 강세를 유지해온 위안화는 절상 압력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내년에 금리를 세 차례 인상할 방침이다. 두 나라 간 금리 차이가 줄어들면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이동하면서 달러 수요는 늘어나고 위안화 수요는 줄어들게 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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