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결산] '대화하자' 한미에 '대답없는' 북한…교착국면 고착

미 "일단 만나자" 제안에 북 "적대정책 철회부터" 맞대응
문대통령 종전선언 카드도 동력 잃어가…미중갈등·코로나도 악재

올해 한반도 정세는 남북관계나 북미관계 모두 교착상태가 계속되며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했다. 연초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외교와 대화에 방점을 찍은 새로운 대북정책을 공개하고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촉구했지만, 북한은 적대정책 철회를 선결 조건으로 내걸며 끝내 협상 테이블로 나오지 않았다.

남북 보건의료·민생 협력 등 정부의 다양한 구상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빗장을 걸어 잠근 북한의 무호응에 빛을 보지 못했다.

임기 내 마지막 승부수로 띄운 종전선언 역시 북한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 요구와 미중갈등 격화 등 여파로 진전이 쉽지만은 않다.
한국과 미국이 5월에 바이든 정부 들어 첫 정상회담을 했을 때만 해도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바이든 정부가 '실용적 접근을 통한 외교적 해법 모색'을 기조로 하는 새 대북정책을 내놓은 직후이기도 했다.

두 정상은 2018년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북미 간 약속을 계승하고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했다.

일단 만나서 미국과 북한 모두 자신들이 원하는 어떤 의제든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해보자는 제안이었다.

이어 북한이 7월 말 남북통신연락선을 13개월 만에 전격 복원하고 이 과정에서 남북 정상이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정세 반전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북한은 통신선 복원 약 2주 만에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하며 재차 연락 채널을 단절하는 등 더 이상의 유의미한 대화로 연결되지 못했다.

미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1월 제8차 당대회 김정은 국무위원장)고 공언했던 북한은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 등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은 이상 대화에 나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9월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한반도 정세를 반전시킬 임기 내 마지막 카드로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종전선언을 '입구'로 삼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 비핵화 협상을 재개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 또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한미 간에는 종전선언 문안 협의를 사실상 마무리했지만, 최대 관건인 북한이 호응하지 않고 있어서다.

북한은 종전선언 자체에 대해선 "흥미 있는 제안"(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이라면서도 "불신과 대결의 불씨로 되고 있는 요인들을 그대로 두고서는 종전을 선언한다 해도 적대적인 행위들이 계속될 것"(김정은 위원장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이라며 여전히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선결 조건으로 내거는 분위기다.

미중 간의 갈등 격화도 한반도 정세 반전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이 중국 인권 문제를 이유로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하고 영국, 호주 등 우방이 이에 동참하면서 서방과 중국 간의 대립 구도는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미중 종전선언을 추진했던 정부의 구상은 이미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미중이 아직은 한반도 문제에까지 대립하는 모습은 없지만, 갈등이 고조되면 중국이 한미가 바라는 대로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리라 기대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코로나19도 작년에 이어 올해 한반도 정세 진전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였다.

북한이 중국대사의 부임까지 막을 정도로 철저히 움츠러들면서 한미의 어떤 제안도 먹히지 않았다.

한국은 물론 미국도 코로나19를 연결고리로 한 대북 보건의료 및 민생분야 협력에는 열려있었지만, 이 또한 북한은 외면했다.

북한이 코로나19 확산으로부터 선수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7월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하면서 올림픽을 계기로 대화를 재개하며 '제2의 평창'으로 이끌려했던 정부의 구상 또한 좌절된 해였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16일 "북한이 모라토리엄을 유지하고 9·19 남북군사합의가 지속해서 유지되었지만,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는 동시에 정체 국면에 빠진 해였다"면서 "이 정체가 후퇴라고 보기는 아직 어려우며, 크게 보면 일시적 현상이라고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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