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미래의 업무 환경

권명숙 인텔코리아 대표
불과 한 달여 전 ‘위드 코로나’ 논의가 진행되던 당시만 해도 내년 휴가에는 해외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낙관적인 희망을 다들 가졌던 것 같다. 안타깝게도 바이러스의 변이는 인간의 대응을 한발 앞서며 또다시 전 세계를 불확실성으로 채우고 있다.

그럼에도 한 가지 더욱 또렷해진 것은 언제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삶의 모든 측면에서 더욱 민첩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일 것이다. 경제를 이끌고 가야 하는 기업은 말할 것도 없이 더욱 유연한 근무 환경을 갖춰야 한다. 지금은 전면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기업도 언제든 사무실로 복귀할 수 있는 채비를 갖춰야 하며, 반대로 현장이나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인력도 언제라도 재택근무로 전환할 수 있는 환경을 구비해야 한다. 바야흐로 전사적으로 하이브리드 조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하이브리드 형태이든 직장 내에서 업무를 하든 재택근무를 하든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그 안에서 직원들이 필요한 정보와 시스템, 기회에 차별 없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얼굴을 마주 보고 일하지 않아도 비즈니스가 가능하고, 심지어 더욱 뛰어난 결과를 보이는 분야가 있음을 입증한 지난 2년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또 하나의 깨우침은 인간관계가 혁신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텔 역시 미래의 업무 환경을 설계하며 데이터에 기반할 것과 불확실성을 수용할 수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했다. 직원들의 90%는 사무실로 복귀 가능하더라도 하이브리드 형태의 근무를 선호한다. 여러 데이터를 반영해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을 기본으로 하되 업무 분야에 따라 재택근무를 할지, 현장 근무를 할지 적용하기로 했다. 업무의 성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직원과 관리자가 긴밀하게 논의해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업무 형태를 결정하게 할 방침이다.

업무 형태야 어떻든 지금 이 하이브리드 시대에 관리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살펴봐야 하는 점은 직원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일하든 혼자 고립돼 일한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업무를 논의할 누군가가 가까이 있고, 본인의 업무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때, 직원들은 물리적인 공간을 뛰어넘는 협업의 혁신과 창의성을 보일 수 있다.

직원은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업무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 것인지 그에 대한 모든 해답을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많은 직원들이 보다 유연한 형태를 원하고 있음은 알 수 있다. 업무뿐 아니다. 기업의 문화, 시스템, 성과 지표 등 모든 것이 유연해져야 한다. 단, 전제 조건이 있다. 미래의 업무 환경은 혁신을 함께 만들어 나갈 사람의 관계가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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