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에 성탄특수 기대도 꺾여…완구거리·어린이극장 '썰렁'

보육원도 방역 때문에 자원봉사자 못 받아…쓸쓸한 연말
크리스마스가 20일가량 남은 지난 2일 저녁 찾은 서울 종로구 창신동 동대문문구완구시장.
입구에서는 언뜻 캐럴이 들리고 크리스마스트리도 가끔 보였지만 조금 걸어가자 가게들 대부분이 문을 닫아 어두컴컴했다. 청계천부터 동대문역까지 이어진 골목에 있는 70여 개 점포 중 개점한 곳은 9곳뿐이었다.

손님은 더더욱 없었다.

디즈니와 마블의 대표 캐릭터인 엘사와 인어공주, 라푼젤, 아이언맨 등 캐릭터 상품을 쌓아놓은 한 완구 가게의 박종진(47) 사장은 몸을 웅크리고 유튜브를 보고 있다가 오후 6시 30분께가 되자 가게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장난감 장사만 22년 이상 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과 지금 매출을 비교하기도 어려워. 3분의 1보다도 적지. 옛날에는 고소득 손님도 많았고 중국 관광객도 많아서 하루 매출이 100만 원도 나왔거든. 코로나19로 관광객
이 끊기면서 망하고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어."
박씨는 그나마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지난달에는 아이 손을 잡고 오는 젊은 부부들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확진자가 부쩍 늘고 감염력이 강력한 '오미크론 변이'까지 확산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지난주부터 다시 손님이 뚝 끊겼다며 한숨을 쉬었다.

어린이날과 성탄절, 1년에 단 두 번인 대목을 모두 빈손으로 보내게 된 셈이다. 박씨는 "당장 애 교육비에 옷 사입힐 돈도 아까우니 장난감을 사겠느냐"며 "재난지원금을 줄 때는 그래도 매출이 좀 생겼는데 이제는 아예 없다.

이게 성탄인가 싶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당장 다음 달까지 영업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다른 완구 가게의 사장 이근호(49)씨도 성탄 특수가 좀 있냐고 묻자 "전혀"라고 답하고는 한숨을 쉬었다.

"성탄 특수 당연히 기대했죠. 어린이집부터 유치원까지 크리스마스만 되면 산타 불러놓고 부모들이 사 온 선물 몰래 주고 그랬는데. 유치원 선생님들이 아이들이 갖고 싶어하는 장난감 조사해서 오곤 했지만 아예 안 와요.

"
이씨는 "이 시장 상인들 마음이 다 같을 것"이라며 "저놈의 재고만 털면 이 장사 더는 안 한다고"라고 했다.

옆에서 30년 가까이 장사하던 문방구가 지난 9월에 폐점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어린이 극장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종로 일대 어린이극장들 대부분은 일찍 문을 닫은 분위기였다.

코로나19 유행 규모가 급격히 커지자 극장 구경을 나서는 가족들이 확 줄어든 탓이다.

보육원 등 아동복지시설도 지난해에 이어 쓸쓸한 연말을 맞게 됐다.

위드 코로나에 일부 시설은 다시 자원봉사자들을 초대하기도 했지만 이번 주부터 다시 걸어 잠그는 분위기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는 "재단이 운영하는 중증장애아동시설이 있는데 시설은 한번 감염되면 바로 퍼지고 위험해서 자원봉사자를 아예 못 받고 있다"며 "자원봉사자들이 오면 아이들도 좋아하고 사람 정도 느낄 수 있는데 못 받으니 직원들도 힘들고, 아이들도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푸르메재단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 이전에는 확실히 기부 약정식이나 기부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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