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美 긴급사용승인 신청

한국, 영국 등에도 EUA 신청 예정
MPP와의 계약 통해 복제약 제조 허용
화이자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먹는(경구용) 코로나19 항바이러스 치료제 ‘팍스로비드’(성분명 리토나비르)의 긴급사용승인(EUA)을 신청했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팍스로비드가 FDA로부터 승인받으면 최초의 경구용 '3CL프로테아제' 억제 코로나19 치료제가 된다. 3CL프로테아제는 바이러스 증식에 필요한 필수 단백질이다. 이달 초 영국 승인을 통해 세계 최초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가 된 미국 MSD의 ‘몰누피라비르’는 리보뉴클레오시드 유사체(ribonucleoside analog)다. 코로나19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SARS-CoV-2)의 리보핵산(RNA)에 변형된 뉴클레오시드로 침투해 유전정보에 오류를 일으켜 바이러스 복제를 막는다. 뉴클레오시드는 디옥시리보핵산(DNA) 및 RNA를 구성하는 물질이다.

화이자는 이번 EUA 신청을 위해 FDA에 최근 진행한 임상 2·3상 중간 결과를 제출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만 18세 이상의 입원하지 않은 고위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이 시험에서 투약군의 코로나19 관련 입원 또는 사망 위험이 위약군 대비 89% 감소했다.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 5일째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이상 반응은 팍스로비드(19%)와 위약(21%) 간 유사했으며 대부분 경미했다.

화이자는 팍스로비드가 코로나19 감염 초기, 고위험 환자에게 재택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알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팍스로비드 임상에서 얻은 압도적 효능은 환자의 입원을 예방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 치료법을 가능한 한 빨리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FDA 및 세계 규제 기관과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화이자는 한국을 비롯해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에도 팍스로비드 EUA를 제출할 예정이다. 화이자는 최근 FDA 및 독립적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Data Monitoring Committee)의 권고로 추가 환자 등록을 중단했다. 현재까지의 임상 결과로 효능 및 안전성을 충분히 입증했다는 것이다.

화이자는 이와 함께 팍스로비드 복제약(제네릭) 제조도 허용키로 했다. 회사는 유엔(UN)이 지원하는 의료단체인 국제의약특허풀(MPP)과 제네릭 생산을 허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이로써 세계 인구의 약 53%를 차지하는 95개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가 팍스로비드를 기술사용료(로열티)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화이자는 팍스로비드 제조 및 유통을 위해 약 10억달러(약 1조원)의 자체 자금을 투입했다.

불라 CEO는 “거주지나 상황에 관계 없이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형평성을 중요시하겠다는 회사의 약속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MPP와 협력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몰누피라비르를 개발한 MSD 역시 지난달 27일 MPP와 105개국에 몰누피라비르 복제약 제조를 허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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