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달러 돌파한 테슬라, 자사주 매입으로 살아난 페이스북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25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의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3분기 어닝시즌의 핵심 주간이 막을 올렸습니다. 대부분의 빅테크를 포함해 165개의 S&P 기업이 보고합니다.

지난 21일 스냅이 애플의 iOS의 개인정보 업데이트가 광고 사업에 예상보다 더 큰 타격을 줬다고 밝힌 뒤 기술주 실적, 특히 광고 매출이 큰 페이스북 알파벳 등의 실적이 예상보다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애플 iOS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 변경은 디지털 광고 생태계에 있는 기업들에 모두 같은 영향을 주는 탓입니다. 지난 4월 애플은 앱의 추적 허용 여부를 사용자에게 묻도록 정책을 바꿨고, 사용자들이 iOS를 업데이트할 때마다 추적 거부를 선택하는 이가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CMC마켓의 마이클 휴슨 수석 시장 분석가는 "스냅의 실망스러운 실적은 기술 부문의 나머지 부분에 대한 ‘탄광의 카나리아’가 될 수 있다. 다른 빅테크 주들이 암울한 전망을 내놓으면 투자자들은 매우 빠르게 기분이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아침 투자자들은 조심스러웠습니다. 주요 지수는 0.1~0.4% 수준의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테슬라가 허츠의 10만대 구매 뉴스 등으로 폭등하면서 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는 등 분위기를 달구자 점점 상승 폭이 커졌습니다. 테슬라는 이날 12.66% 상승한 1024.86달러의 사상 최고가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시가총액은 무려 1조100억 달러에 달합니다. 설립 18년만에 이룬 쾌거입니다. 시가총액 1조 기업 가운데 가장 빠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다우는 0.18%, S&P500은 0.47% 올랐고 나스닥은 0.90%나 상승했습니다. 다우와 S&P500 지수는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증권사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24일 저녁 고객 메모에서 "계속되는 반도체 부족의 먹구름에도 불구하고 기술주의 3분기 이익이 이번 주 두드러질 것이다. 월가가 수조 달러에 달할 디지털 혁신을 계속 과소평가하고 있는데, 이건 기술주가 연말까지 더 높이 오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강하게 믿는다"라고 밝혔습니다.

폐장 직후 페이스북의 3분기 실적이 발표됐습니다. 예상보다는 나았지만 사실 그렇게 좋지 않았습니다. 매출은 291억 달러로 월가 예상(블룸버그 집계) 295억2500만 달러를 살짝 밑돌았지만, 주당순이익(EPS)은 3.22달러로 예상 3.17달러를 상회했습니다. 3분기 활성 사용자 수도 예상과 비슷합니다. 하루 사용자는 19억3000만 명(예상 19억2000만 명), 월간 사용자 수는 29억1000만 명(예상 29억2000만 명)이었습니다. 이는 지난 2분기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또 영업마진은 36%로 2분기 41%에 비해 낮아졌습니다.
페이스북은 "애플의 iOS 개인정보 정책 변경으로 인한 지속적인 역풍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언급하면서 4분기 매출 가이던스로 315억~340억 달러를 제시했습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하는 348억 달러보다 적은 수준입니다. 페이스북은 또 메타버스를 개발하는 리얼리티랩스(FRL)를 설립하고 이를 기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이 속한 앱제품군(FoA)과 나눠 두 개 사업부로 운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리얼리티앱에 대한 투자로 올해 영업이익이 100억 달러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발표가 나온 직후 요동치던 페이스북의 주가는 1~3%가량 오르고 있습니다. 월가에선 5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점, 기존에 이미 주가가 밸류에이션 상으로 상장(IPO)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있는 점 등이 이유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지난주 21일 스냅이 애플의 iOS의 개인정보 업데이트가 광고 사업에 예상보다 더 큰 타격을 줬다고 밝힌 직후인 22일 페이스북 주가는 이미 5% 넘게 떨어졌었습니다. 페이스북은 지난 7월 애플 iOS의 개인정보 변경으로 인해 광고 표적화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모펫네이든선의 마이클 네이든선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주식을 둘러싼 공포, 특히 스냅의 경고를 고려하면 괜찮은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바이탈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풀리 애널리스트는 "훌륭한 실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스냅보다는 훨씬 낫다. 페이스북은 대단한 회사지만 여전히 이번 주가 하향 추세가 마무리되기 전에 좀 더 큰 폭의 하락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내일은 빅테크 가운데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가 실적을 공개합니다. 광고 매출 의존도가 높은 알파벳은 어떤 실적을 내놓을까요?

이번 실적 시즌이 중요한 건 인플레이션이 뜨거워지고 글로벌 공급망 혼란이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으로 어떤 기업이 월가 예측을 상회하거나 밑돌지 따지는 수준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지난주까지 기업 실적은 예상보다 잘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 오전까지 S&P500 기업 중 23%가 실적을 발표했고 이들 중 84%가 월가 추정치를 상회하는 주당순이익(EPS)을 올렸습니다. 지난 5년 평균인 76%를 상회합니다. 이들은 추정치보다 13.4% 높은 이익(5년 평균 8.4%)을 보고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보면 3분기 EPS는 전년 동기보다 32.7% 많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주에 추정한 30.0%보다 더 높아진 것입니다.

주로 어닝시즌 초기에는 은행, 신용카드, 자산운용사 등 금융사들이 몰려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공급망 혼란을 겪지 않고 있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도 아직 느끼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은 평균 월가 추정보다 13.4% 높은 이익을 보고했지만, 금융사들의 경우 그 상회한 폭이 21.1%에 달했고 나머지 기업들은 4.7%밖에 넘지 못했습니다.

소비재와 산업재, 소재 기업들은 금융사들과는 다릅니다. 이날 아침 실적을 발표한 필수소비재 회사인 킴벌리 클라크는 이날 아침 3분기 조정 EPS가 1.62달러로 지난해 1.72달러보다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매출은 작년보다 7% 증가했지만, 비용이 급증해 이익이 줄어든 것입니다. 이는 월가 예상 1.65달러보다도 적었습니다. 게다가 올해 이익 전망치도 기존 6.65~6.90달러에서 6.05~6.25달러로 낮췄습니다.
킴벌리 클라크의 마이크 수 최고경영자(CEO)는 "이익이 예상보다 큰 비용을 발생시킨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붕괴로 인해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이러한 역풍이 빨리 해결될 가능성이 없다는 게 분명해짐에 따라 추가 가격 책정 및 향상된 비용 관리 등 추가 조치를 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지난주 실적을 공개했던 P&G, 네슬레, 버라이즌, 월풀 등도 공급망 위기 속에서 급증하는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모닝스타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복잡한 항구에서 반도체 부족에 이르기까지 공급망 문제와 재료 비용 상승 등이 이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얻을 것이다. 특히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예측 및 증가한 비용을 전가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회사 경영진의 언급이 중요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금세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가격결정력이 있는 회사는 별 영향이 없겠지만 비용 상승을 견디지 못하는 기업은 마진 축소에 시달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모닝스타는 투자자들은 이번 주 3M, 애플의 실적을 주시할 것을 권고합니다. 26일 아침 실적을 내놓는 3M은 수많은 국가에서 엄청나게 많은 수의 산업재를 생산하고 판매합니다. 재고 회전율이 빠르고 인플레이션 압력에 크게 노출되어 있습니다. 공급망 혼란의 여파를 가장 쉽게 증언할 수 있는 기업입니다.

3M은 또 자동차, 전자 등 글로벌 공급망 혼란의 중심에 있는 산업에 대한 노출이 상당합니다. 모닝스타는 "3M 경영진은 이미 항만 혼잡 및 제조 차질과 같은 어려움과 수많은 제품의 원자재 인플레이션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러한 역풍들로 인해 마진이 1~1.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런 3M의 실적은 산업주, 소재주 전반의 전조가 될 수 있습니다.

애플의 경우 글로벌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아이폰13의 생산량을 줄일 것이란 보도가 나왔습니다. 애플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서비스 비중이 커지고는 있지만 결국 관건은 모든 것의 기초인 아이폰이 팔려야 합니다. 아이폰 판매는 애플 생태계에 의존하는 수많은 기업의 실적에도 직접적 영향을 줍니다. 삼성전자,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SK하이닉스 등 한국에도 그런 기업들이 많습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미국 소비자가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지불하는 비용을 측정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9월 1년 전보다 5.4% 상승했습니다. 특히 식료품점의 가격 인상은 9월 평균 1.18% 상승했으며 이는 2021년 초 평균 상승률의 거의 3배에 달합니다. 아직은 기업들의 가격 인상이 쉬운 편입니다. P&G는 "가격이 올렸지만, 소비자 행동에 별다른 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치솟는 등 모든 게 다 오르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기업들의 이익 증가 폭이 변곡점에 선 것 같다"라면서 "임금도 오르고 있으므로 소비가 금세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이런 추세로 인플레이션이 이어진다면 내년에는 기업 이익과 경기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상승한 비용을 소비자에게 성공적으로 전가할 수 있는 가격결정력을 가진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구별해 투자하는 게 이번 어닝시즌에 반드시 해야할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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