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상속세제 개편 검토 착수…실제 개편은 미지수

정부·국회 조세소위 논의…유산취득세 도입 등 근본적 개편 쉽지 않아
정부가 다음 달 본격적으로 상속세제 개편 검토에 착수한다. 하지만 개편 방향에 대한 의견이 첨예하게 갈려, 단시간에 유산취득세 도입 같은 근본적인 개편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이달 말 상속세 개편 연구용역 완료…내달 조세소위서 논의
17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 상속세 개편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 작업이 끝나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조세소위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11월 초·중순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회 논의 시일이 촉박해 공청회 등 일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여야 당론이 뚜렷이 결정되지 않았고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면서 연내 국회 논의를 마무리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정부 관계자는 "상속세제 개편은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며 "단순히 찬성만 있는 것도, 반대만 있는 것도 아닌 이슈라서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상속세율 OECD 최고 수준" vs "상위 3%만 내는 세금"
상속세에 대해 세율이 지나치게 높고 기업에 과중한 부담을 준다는 지적이 있지만, 최상위 극소수만 내는 세금이어서 부의 재분배를 위해 필요불가결하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명목세율 기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이는 소득세 최고세율(42%)을 10%포인트 가까이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최대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물려줄 때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 일반 주식보다 가액을 20% 높게 평가한다.

지난해 별세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족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전체 유산의 절반이 넘는 12조원 이상이며, 이 가운데 11조원은 계열사 주식 지분에 매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상속세 납부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현재 상속세 납부자는 극소수에 그치며, 이들이 각종 공제를 받아 실제로 부담하는 세율은 명목세율보다 훨씬 낮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국세청의 국세 통계 수시공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사망자 중 상속세 납부 대상이 된 고인(피상속인)은 전체의 3.3% 정도인 1만181명이었다.

납부 대상이 되더라도 일괄 공제(5억원)와 배우자 공제(최소 5억원) 등 혜택을 고려하면 통상적으로 10억원까지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기초공제(2억원)와 자녀 공제 등 기타 인적공제액을 더한 액수가 5억원보다 크면 일괄공제 대신 이 금액을 적용해 10억원 이상 공제를 받을 수도 있다.

또 중소·중견기업이 가업을 상속할 때는 최대 500억원까지, 영농상속의 경우에는 15억원까지 추가 공제 혜택을 준다.

이처럼 양쪽의 의견이 팽팽한 만큼 단기간에 간극을 좁히기는 쉽지 않다.
◇ 유산취득세 도입도 거론되지만…"과세 체계 전면 개정해야"
더구나 최근에는 유산취득세나 자본이득세 등 새로운 과세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논의가 더욱 복잡해졌다.

유산취득세는 전체 상속 재산이 아닌 상속자 개인의 유산 취득분에 매기는 세금인데, 누진세율 적용에 따른 세 부담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산취득세 도입에 대해 "전체적으로 검토할 때 함께 짚어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유산취득세 도입 논의는 현 정부보다 다음 정부의 과제로 넘어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세무업계 한 관계자는 "상속세를 유산취득세로 바꾸겠다는 건 과세 체계를 전면적으로 개정하겠다는 것"이라며 "단순히 법률 한 조항을 바꾸는 게 아니라 상속·증여세법의 모든 규정을 바꾸는 거라, 연구용역 외에도 훨씬 더 많은 실무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산취득세보다 (현행) 유산세 방식이 소득세 기능을 보완하면서 부의 대물림을 억제하는 차원에서는 더 타당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면서 "유산취득세의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도 좀 더 짚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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