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빼고 다 오른다"…임금 인상 시위 나선 독일인들

獨, 9월 소비자물가지수 4.1% 급증
29년 만에 최대치…유로존보다 높아
"다양한 산업군으로 시위 번지는 중"
사진=AFP
높은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속에 독일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나서고 있다. 인플레이션 강도에 맞춰 월급을 인상해달려 시위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유럽 최대 경제 대국 독일이 임금 인상발(發) 인플레이션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4.1% 상승했다. 29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같은 달 독일을 포함해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의 물가 상승률은 3.4%였다. 독일의 물가 상승세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가팔랐다는 뜻이다.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인금 인상을 촉구하는 독일 노동자들도 늘고 있다. 독일 캠핑카 제조사 카르타고(Carthago) 직원들은 이번주 시위에 돌입했다. 임금을 4.5% 높여달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독일 최대 노조인 금속노조(IG Metall)에 속한 프레데릭 스트리글러는 "독일의 물가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며 임금 인상을 촉구했다. 이어 "코로나19 기간 캠핑카 산업이 수혜를 입었고 직원들은 이중에서 일정 몫을 원한다"고 했다. 카르타고 직원들은 2주 내 시위에 다시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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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인상 시위는 은행, 공공 부문 등 다른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직원들의 임금 인상 요구가 반영되기도 한다. 독일 중서부 헤센주의 소매업체 등이 올해 임금을 3% 올리기로 했다. 내년 4월에는 추가로 1.7% 가량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FT는 "경제학자들은 물가 상승이 야기한 임금 인상 수요가 금리 인상 폭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잇따른 임금 인상 시위가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많진 않다는 분석도 있다. 독일 보험회사 알리안츠의 카타리나 우터묄 경제학자는 "독일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이전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의 물가 상승이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는지 면밀히 살피고 있다. 임금 인상은 기업의 비용 부담으로 작용해 제품 가격을 상승시키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어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최근 이와 관련해 "매우 주의 깊게 볼 것"이라면서 "현재로선 물가 인상이 임금으로 광범위하게 번지는 것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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