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 떼는 SK에코플랜트, '묘수'일까 '악수'일까 [마켓인사이트]

≪이 기사는 09월22일(05:1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가 플랜트(에코엔지니어링) 사업부의 분할 및 경영권 매각을 앞두고 있지만 독특한 거래 구조 탓에 업계에선 설왕설래가 지속되고 있다. 사업부문의 경영권을 외부에 넘기면서도 임직원들에겐 수 년 후 자회사 재편입을 약속하는 '파킹'성 거래가 거론되기 때문이다.투자은행(IB)업계에선 이번 거래 구조의 목적이 추후 진행될 SK에코플랜트의 상장에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기업가치(밸류에이션)을 높게 받을 수 있는 친환경부문을 강조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은 플랜트 건설 부문을 의도적으로 제외시키려는 목적이 강하다는 해석이다.

22일 IB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국내 사모펀드(PEF)운용사 이음프라이빗에쿼티(이음PE)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후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회사는 구성원들에게 "상장(IPO)을 앞두고 자본확충 및 인수·합병(M&A)로 악화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라 배경을 밝혀왔다.

협상이 완료되면 SK에코플랜트는 사업플랜트나 화공플랜트, 발전플랜트 등의 건설을 담당하는 에코엔지니어링 사업을 분할해 경영권(지분 50%+1주)을 이음PE에 넘기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때 보통주 대신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수 년 뒤 투자회수를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거래 구조를 짰다. 그동안 SK그룹 내 계열사들이 PEF에 일정정도 지분 매각한 후 다시 사주는 사례는 빈번했지만 경영권을 매각한 후 다시 사오는 사례는 이례적이다.IB업계에선 곧 진행될 SK에코플랜트 상장 과정에서 플랜트 사업과 잠시 대외적으로 절연해야 하는 회사의 상황을 매각 배경으로 거론한다. 현재 SK에코플랜트 내 전통 플랜트 사업부문인 에코엔지니어링 사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7552억원으로 회사 전체 매출액의 23%에 달한다. 회사는 사명 변경 및 잇따른 M&A를 통해 친환경 기업으로 재편을 꾀하고 있지만 여전히 영업이익의 대부분도 플랜트 부문에서 창출된다.

문제는 플랜트 사업과 주택 사업 등 기존 전통 사업군들이 IPO 과정에서 부각될 경우 SK에코플랜트의 정체성이 '건설'업에 묶일 수 있다는 점이다. 상장 절차에서 연관(피어)그룹으로 플랜트 사업을 꾸리는 기존 건설사들과 엮이면 기업가치가 낮아질 뿐 아니라 해외 기관투자가 유치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친환경'을 새 기조로 내건 회사 방침과 전통적 제조업에 기반한 플랜트건설 사업간 괴리도 경영진의 고민거리로 남아있었다.

이 때문에 사업부의 경영권을 외부 PEF에 매각해 사업부문 대신 '지분법 이익'으로만 반영하면서 회사 본업과 무관한 듯한 모습을 내비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다. 이번 매각 대금을 활용해 해외 추가적인 환경부문 폐기물업체 등의 추가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IB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앞두고 본업을 아예 떼어내 다른 업종군으로 분류를 바꿔버리는 결정은 SK그룹만 내릴 수 있는 결정"이라며 "다만 상장에 안착하더라도 추후 사업부를 되사주는 과정에서 주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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