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기, 승려 동원 '김기현 비판' 기자회견 사주 정황

檢, '靑 울산시장 선거개입' 재판서 송병기 카톡 공개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2018년 지방선거 직전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을 공격하기 위해 스님에게 기자회견을 하라고 사주한 정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검찰은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장용범 마성영 김상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송 전 부시장과 정몽주 전 울산시 정무특보 등에 대한 속행 공판에서 증거를 공개했다.

검찰이 공개한 송 전 부시장의 카카오톡 메시지 캡처 화면에 따르면 그는 지방선거를 앞둔 2018년 상반기 A 스님에게 길천산업단지 특혜분양과 환경파괴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라고 종용했다.

송 전 부시장은 A 스님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관련 서류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하라'고 제안했다. A 스님이 기자회견을 망설이자 송 전 부시장은 '무조건 시정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시민들 관심을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 스님이 기자회견을 해도 기사화되지 않을 것을 우려하자, 송 전 부시장은 '제목을 흥미롭게 달면 (사안이) 작아도 받아준다'며 '사전에 방송국에 협조 요청하면 받아준다'고 했다.

검찰은 이 같은 증거들을 공개하면서 "A 스님은 환경오염 관련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피고인은 길천산업단지에 별다른 비리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도 무조건 기자회견을 열게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기자회견 방법과 이를 도와줄 사람까지 알려줘 스님을 기자회견에 동원해 활용했던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A 스님은 실제 지방선거 이틀 전인 2018년 6월 11일 울산시청에서 길천산업단지 특혜분양과 환경파괴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이는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검찰은 이 같은 기자회견이 당시 여당 후보였던 송철호 울산시장이 경쟁 상대인 김기현 당시 시장에게 승리하기 위해 벌어진 일이라고 보고 있다. 이 사건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가 송 시장의 당선을 돕기 위해 각종 불법·탈법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송 시장과 송 전 부시장 등은 작년 1월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재판은 송 전 부시장과 정 전 특보 등 일부 피고인과 관련된 증거조사만 진행돼 송 시장과 황운하 의원(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등은 출석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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