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는 '행동주의 바람'…선봉에 선 독립계 운용사

VIP운용 아세아시멘트에 '일반투자'
"개인 대신 목소리 낼 것"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 증시 내부에서도 최근 행동주의바람이 다시금 불고 있다. 다만 기존 대주주와 정면대결하는 방식이 아닌 온건한 방식의 행동주의가 주류가 되고 있다.

지난 7일 장 마감 후 VIP자산운용은 아세아시멘트 지분을 5% 이상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동시에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적시했다. VIP운용이 일반투자 공시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투자는 경영참여까진 아니지만 배당이나 임원보수 등에 있어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펼치겠다는 뜻이다. 보유목적에 대한 설명을 생략하는 다른 운용사와는 달리 VIP운용은 1000자 가량의 설명도 덧붙였다. VIP운용은 공시를 통해 "아세아시멘트의 기업가치 정상화를 위해 주주환원율을 최소 50% 수준 이상으로 올리고 장기적인 주주정책을 사전에 공시할 것을 권유한다"고 말했다.최근 독립계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행동주의 바람이 다시 한 번 불고있다. ESG(환경·사회·가버넌스) 붐이 영향을 미쳤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올 2월과 6월 각각 BYC와 태광산업에 5% 지분취득 공시를 내면서 투자목적을 일반투자로 적었다. 트러스톤운용 측은 "두 종목은 애초 주주행동을 염두에 두고 ESG 펀드가 산 종목들"이라며 "지금은 비공식대화 정도 하고 있지만 앞으로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년 전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등 대형사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것과는 사뭇 다른 움직임이다. 당시 에스엠을 상대로 주주행동을 펼쳤던 KB운용이 회사측의 외면을 당하는 등 행동주의펀드들이 별 소득을 못내자 국내 행동주의 바람이 크게 사그라들었던 바 있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 계열사가 있는 운용사의 경우, 행동주의로 특정 회사와 대립하면 그 회사와 영업이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계열사가 불편해 한다는 문제도 있었다. 독립계 운용사의 경우 이같은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눈치 안 보고 행동주의에 나설 수 있단 얘기다.

다만 이들은 보다 온건한 방식을 추구한다는 입장이다. 회사와 사실상 적이 됐던 KCGI와 KB운용의 전철을 밟지 않고 행동주의 바람을 꾸준히 이어가겠단 의지다. 적극적인 주주행동이 운용업계의 신뢰를 바로세울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회사를 창피주거나 지나치게 부담주는 방식이 아니라 주주정책 변경을 촉구하는 식의 주주행동이 될 것"이라며 "개인투자자들이 회사에 제대로 목소리 낼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 움직임이 있으면 기관이 다시 신뢰를 찾고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릴 수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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