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미국을 사고 있다"…올 상반기만 9000억달러 '뭉칫돈'

빠른 경기회복 기대감
안정적인 투자처로 꼽혀
순유입액 29년만에 '최대'
글로벌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몰려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9000억달러(약 1036조7000억원)의 뭉칫돈이 미국 관련 펀드에 투자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리퍼 자료를 인용해 “올해 상반기 미국 관련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 9000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1992년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과거 투자 규모는 2017년 8500억달러, 2018년 3400억달러, 2019년 9800억달러, 2020년 8000억달러 등이다. 올 상반기에만 과거 연간 투자액 수준으로 몰렸다는 뜻이다. 올 상반기 미국을 제외한 다른 세계 지역에 유입된 자금은 8400억달러였다.

글로벌 투자자가 미국 시장을 눈여겨보는 이유는 코로나19 충격을 다른 나라보다 더 빨리 벗어날 것이란 기대 때문이라고 WSJ는 해석했다. 미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등에 힘입어 글로벌 경기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과 미 중앙은행(Fed)의 대규모 양적완화로 저축액이 급증하는 것도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이유로 꼽힌다. 주식, 채권, 기타 자산에 관한 한 현금을 보관해두기 최적의 장소가 미국이란 인식이 강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 달러 약세는 외국인 투자자의 미 국채 보유 비용을 낮춰주고 있기도 하다.

대규모 자금 쏠림 현상에 미국 증시도 활황이다. 미국 S&P500지수는 올 들어 17%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의 DAX지수는 14% 올랐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변화가 거의 없었다.

글로벌 투자자는 당분간 미국 중심 투자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 Fed 정책 변화 등의 변수로 미 경제 회복세가 다소 둔화할 수는 있지만 멈추거나 역행하진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WSJ는 “미국에 비해 다른 국가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 둔화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골드만삭스는 외국인 투자자가 지난해 7120억달러를 미국 증시에 투자한 데 이어 올해 2000억달러를 추가로 투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올 5월 기준 미 국채의 외국인 보유량은 2020년 2월 이후 최대 수준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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