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전역자 3천만원·스무살 되면 1억…여야 주자들 '현금 퍼주기' 점입가경

김두관도 성인되면 6000만원
정세균과 '기본자산 원조' 논쟁

오세훈은 '안심소득' 정책 도입
중산층 미만 가구 선별 지원
이재명 경기지사 외에도 더불어민주당 주요 대선주자가 각자 현금 살포성 공약을 들고나왔다. 이 지사가 ‘기본수당’이라는 브랜드를 선점한 만큼 매달 지급하는 보편 수당보다는 특정 계층을 위한 수당이나 전 국민 기본자산·연금의 형식을 취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야당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도 자신의 ‘안심소득’ 정책을 서울시 차원에서 도입한다.

이 지사와 여권 1위 주자를 두고 경쟁하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군(軍) 전역자에게 3000만원의 ‘사회출발자금’을 지급해 취업 활동 등에 쓰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5월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사회출발자금으로 젠더 갈등을 유발하는 군 가산점 논란을 극복하고 전역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선 아직 밝히지 않았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미래씨앗통장’ 공약으로 모든 신생아에게 1억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국가가 20년 동안 기금을 적립해 신생아가 20세가 됐을 때 1억원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김두관 의원도 국가가 신생아의 이름으로 2000만원을 지급하고, 이를 불려 성인이 됐을 때 6000만원 이상을 배당하는 ‘국가기초자산제’를 들고나왔다. 두 후보는 당내 예비경선 과정에서 ‘기본자산의 원조’를 두고 논쟁하기도 했다.

노후보장을 두텁게 하겠다며 연금 도입을 공약한 후보들도 있다. 박용진 의원은 국민연금과 별도로 ‘한국의 테마섹’을 표방하는 국부펀드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부펀드는 가입자가 월 50만원을 30년 동안 적립하면 은퇴할 때 6억원을 60세부터 90세까지 연금식으로 지급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박 의원은 추가로 월세 세액공제를 다섯 배까지 확대해 저소득층 주거지원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총급여 5500만원 이하 세입자는 연 12%까지 월세를 공제받는데, 이를 다섯 배로 늘리면 월세의 60%를 공제받게 된다.오세훈 시장은 ‘안심소득’ 실험 설계안을 이르면 다음달 공개할 계획이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에 대항하는 선별 복지제도로, 중산층 미만 가구를 대상으로 소득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 지원한다는 점에서 기본소득과 차이가 있다. 소득이 적을수록 많이 지원하고, 소득이 늘어나면 지원금을 줄이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한국의 인구구조 변화 추세를 고려하면 이 같은 현금 살포성 공약은 국가 재정건전성에 크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기본수당·기본자산류의 공약은 경제활동인구가 급감하고, 노인 비중은 급증하는 한국에서 지속불가능하다”며 “경제 수준을 따지지 않고 현금을 뿌리는 공약보다는 저소득 노인층은 지원하되, 민간이 일할 수 있는 노인들을 고용해 경제참여율을 끌어올리는 정치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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