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호남을 넘나들며 집권 구상을 밝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진폭 큰 발언으로 이슈의 중심에 섰다. 광주와 대구에서 지역 맞춤형으로 꺼낸 발언들이 극과 극을 달려 진의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기존 정치권 문법에서 한참 벗어난 '스윙 행보'가 지지율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7일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특히 5·18 정신을 3·1 운동이나 4·19 혁명 정신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고, 이를 헌법 전문에 반영하는 데 찬성 입장을 밝혔다. 호남 지역민 숙원에 응답한 것이다.
불과 사흘 뒤인 지난 20일에는 대구에서 2·28 민주운동 기념탑 앞에 섰다.
그는 2·28 민주운동을 한국 민주화운동의 시작점으로 평가하고, 대구를 "아주 리버럴하고 진보적인 도시"라고 추켜세웠다. 자신이 '적폐 수사'라는 이름으로 감옥에 가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연민을 표시하는 한편, 그의 사면에 사실상 찬성하는 전향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의 이런 행보는 '반문 빅텐트'의 구심점을 자처하는 연장선으로 보인다.
일견 상반돼 보이는 입장을 통 크게 대변함으로써 친문을 뺀 좌우의 지지를 한꺼번에 흡수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출사표에서 "열 가지 중 아홉 가지 생각이 달라도 한가지 생각, 정권교체에 생각을 같이하는 모든 사람이 힘을 합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여론조사 지지율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자 마음이 급해진 윤 전 총장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적 분석도 내놓는다.
민란 발언 논란 등 '옥에 티'가 돌출한 것도 야권 지지율 1위 자리 수성에 대한 초조함의 발로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캠프 좌장을 맡은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은 21일 통화에서 "그런 정도 논란은 괜찮다고 본다"며 "윤 전 총장이 정치인이 되어가는 과정으로 봐달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의 스윙 행보가 지지율 추락을 저지하고, 진영을 아우르는 빅텐트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중도·진보 확장에 방점을 찍은 광주 일정이 미처 지지율 반등으로 소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양립할 수 없는 발언은 지지율에 마이너스"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통화에서 "정치인은 여기에서 이 말 하고 저기에서 저 말 할 수 있다"면서도 "최소한 일관성이 있어야 이 말 저 말이 모두 의미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