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급락한 베트남 증시…펀드서 돈 빼야하나?

VN지수 사흘간 6.6% 폭락
펀드 수익률도 덩달아 '뚝'

코로나 확진자 급증 여파로
경기 정상화 지연 우려
투자자 이탈 가속화될 수도
40대 직장인 A씨는 올 들어 해외주식형 펀드 중 베트남 펀드의 수익률이 가장 높다는 기사를 읽고 지난달 14일 퇴직연금 일부를 베트남 펀드에 넣었다. 가입 직후 꾸준히 1~2%대를 기록한 수익률은 지난 12일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A씨는 “베트남 주가지수가 떨어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 더 늦기 전에 펀드에서 돈을 빼야 하는 것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잘나가던 베트남 펀드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7일 1388.55였던 베트남 VN지수는 3거래일 연속 하락해 12일 1296.30까지 떨어졌다. 이 기간 하락률은 6.64%에 달했다. VN지수가 1300선 밑으로 내려간 건 5월 24일(1297.98) 후 처음이다.

13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2개 국내 베트남 펀드의 최근 1주일간 평균 수익률은 -1.50%였다. 신흥국인 인도(2.22%)는 물론 북미(0.57%), 일본(-0.81%), 유럽(-1.02%) 등 선진국 펀드에 비해서도 수익률이 낮았다.

베트남 증시가 추락하고 펀드 수익률이 낮아진 것은 베트남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여파다. 베트남에서는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최근 2000명을 넘어섰다. 특히 경제 중심지인 호찌민 등 남부 지방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오면서 경기 정상화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베트남 보건부는 지난 9일부터 2주간 호찌민에서 2인 이상 집합을 금지하고 생필품 구매 등을 제외하면 외출을 허용하지 않는 가장 강력한 방역 조치를 시행 중이다.전문가들은 그동안 ‘널뛰기’를 했던 베트남 증시에 대한 학습효과로 국내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VN지수는 2018년 1100대까지 갔지만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지난해 초 600선까지 추락한 바 있다. 베트남 펀드는 최근 한 달간 평균 수익률이 6.22%로 해외 주식형 펀드 중 1위지만 이 기간 87억원이 빠져나가 유출액도 가장 많았다.

하지만 베트남은 신흥국 중 성장 잠재력이 높은 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주가가 오를 것이란 예상이 많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와 내년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을 각각 6.7%, 7.0%로 예상했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은 올 하반기 VN지수가 1500선까지 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베트남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다”며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늦게 강도 높은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시행되자 투자자들이 심리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강한 상승세는 어려워 보이고 박스권을 형성할 것 같다”며 “하반기 주가는 지금보다 10% 정도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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