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코인거래소 '먹튀' 우려…위장계좌로 '메뚜기 영업' 성행

계열사·임직원 명의계좌 쓰고
금융사 옮겨다니며 감시망 피해
오는 9월 25일부터 금융당국에 신고한 암호화폐거래소만 영업할 수 있도록 하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와 금융회사에 비상이 걸렸다. 신고 요건을 갖추지 못한 중소 암호화폐거래소들이 거래소 명의 계좌가 아니라 불법 차명계좌로 투자자의 돈을 받아놨다가 9월 25일 이전에 잠적하는 ‘먹튀’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이들 거래소는 금융사의 계좌 폐쇄 조치가 잇따르자 다른 금융사에서 차명계좌를 발급받는 ‘메뚜기’ 식으로 영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30일 제1차 가상자산 유관기관 협의회를 열고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위장계좌 전수조사에서 확인된 불법 거래 유형을 공개했다. FIU에 따르면 실명 입출금 계좌를 사용하지 않는 상당수 가상자산 사업자(거래소·수탁업자·지갑업자 등)가 사업자명을 바꿔 위장계좌를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위장계열사나 법무법인,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를 운영한 것으로 파악됐다.정상적으로 은행과 실명계좌 협약을 맺은 4개 거래소(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는 이용자마다 개인 계좌를 별도로 개설해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은행의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중소형 거래소는 거래소 명의의 계좌로 투자자의 돈을 받아 거래소 사이트에서 해당 금액만큼의 원화 포인트를 올려주고 해당 포인트로 암호화폐를 살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당국이 우려하는 것은 거래소 명의 계좌가 아니라 위장계좌를 이용하는 거래소가 이용자의 돈을 갖고 잠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잠적할 것이 아니라면 불법 차명계좌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특금법 유예 기간이 끝나는 9월 24일 이전까지는 불법 차명계좌를 이용한 거래소 영업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FIU 관계자는 “금융사를 옮겨 다니면서 위장계좌를 열고 이를 중단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위장계좌로 돈을 받아놨다가 9월 이후 잠적할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경찰 등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사업자명을 바꿔 새로운 위장계좌를 만들어 거래소에 이용하는 경우도 파악됐다. FIU는 “예치금 횡령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상자산 사업자 계좌에서 거액이 이체되면 의심거래(STR)로 FIU에 보고토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한편 은행 실명입출금계좌를 보유 중인 4개 거래소는 암호화폐를 자금세탁에 활용하는 범죄 혐의자들이나 의심 거래 관련 정보를 한데 모아 관리하는 ‘합작법인’을 만들기로 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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