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 좋게 '랩'에 싸서 '쏙'…투자 초보자들 돈 몰린다 [차은지의 금융실험실]

132조 '랩어카운트' 뭐길래
투자 전략 세우기 힘든 개인 투자자들 사이서 관심
여러 자산 하나로 싸서 전문가가 알아서 관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식투자 열풍이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 지수도 최근 3300선을 돌파하는 등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제라도 투자는 하고 싶지만 투자자산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초보자라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럴 때 고려해볼만 상품이 바로 '랩어카운트(Wrap Account)'다. 랩어카운트는 증권사의 대표적인 맞춤형 금융투자상품으로 투자 전략을 세우기 어려운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전문가가 알아서 관리…가입자·가입금액 증가세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랩어카운트(Wrap Account)는 '포장하다, 싸다'라는 의미의 랩(Wrap)과 '계좌'라는 뜻의 어카운트(Account)가 합쳐진 말로 여러 자산을 하나로 싸서 전문가가 알아서 관리해주는 종합자산관리 계좌를 말한다. 고객들이 주식·채권 등 투자수단을 직접 결정하면서 겪게 되는 불편함을 대신해주는 상품으로 자산운용 방식에 따라 '자문형'과 '일임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일임형은 증권사가 고객의 성향에 따라 투자자의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운용까지 모든 자산운용 업무를 대신해 주기 때문에 엄격한 의미의 랩어카운트는 일임형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2001년에 도입됐지만 당시 기본 가입금액이 1억원 이상이었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체계적인 수익률 관리를 받을 수 없었던 펀드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대신 고객의 잔산과 성향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세워 체계적으로 운용하는 랩어카운트가 인기를 얻었다. 최소 가입 금액도 낮춰진 상품이 출시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실제로 최근 랩어카운트 가입 고객과 가입 금액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일임형 랩어카운트 고객 수는 183만명 수준이다. 같은 기간 랩어카운트 계약자산도 132조4828억88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조원 가량 늘었다. 랩어카운트는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지만 쉽게 보면 내 계좌에 특정 운용 목표를 가진 계약을 맺고 금융회사의 전문가에게 운용을 맡기는 것이다.

종목은 펀드에 비해 훨씬 적은 종목으로 운용되고 투자에 대해 사전에 특별히 제한 약정이 없다면 펀드와는 다르게 높은 성과가 기대되는 유망 종목에 집중투자도 가능하다.

때문에 주식 운용 경험이 많지 않은 초보투자자라면 일부러라도 랩어카운트에 가입해 편입 종목들을 살펴보는 것도 좋은 투자 공부 방법이 될 수 있다.

랩어카운트vs펀드, 장·단점은?

랩어카운트는 여러 상품이 묶여있고 전문가가 알아서 투자를 해준다는 점에서 펀드와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펀드가 여러 사람의 돈을 모아서 운용하는데 반해 랩어카운트는 투자자 명의의 계좌에서 별도로 운용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한 펀드와 달리 운용상의 제약이 거의 없어 수익률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투자자 명의의 계좌에서 운용되기에 투자자 자신이 직접 운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현재 보유하고 있는 종목내역이나 거래내역 등을 증권사 영업점에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 또는 온라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서 운용의 투명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랩어카운트는 계좌마다 따로 운용이 돼 투자하는 주식의 주주가 되므로 펀드와 달리 주주총회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도 주어진다. 또한 유상증자 등에 대한 권리행사도 가능하며 배당금도 직접수령이 가능하다.기존 위탁매매수수료는 매매에 따라 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에 매매가 많을수록 수수료도 늘어난다. 반면 랩어카운트는 매매에 따른 것이 아니라 총자산의 평가금액에 따라 수수료가 부과된다.

이는 수수료 부과 기준은 거래가 없어도 수수료가 부과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고객의 투자자금을 수익성이 높은 대상에 투자해 높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얻는 것이 목표인 만큼 매매가 없을 가능성은 낮다.

랩어카운트는 분산투자규제가 없어 일부 종목에 집중 투자 가능한 점이 장점이지만 주가 하락시에는 손실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투자할 때 이 부분을 반드시 유의해야 한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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