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저력은 어디서 오나?

일본에 자주 오는 한국인중에서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특히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만을 찾아 본 사람들은 그런 경향이 강하다.

사실 도쿄나 서울이나 겉만 보면 큰 차이가 없다.한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세계 수준으로 발전한 서울에는 없는 게 없다.백화점 하나만 봐도 서울 강남의 유명 백화점들이 도쿄 백화점 보다 훨씬 화려하게 잘 꾸며져 있다.

그러나 지방이나 시골을 가보면 우리나라와 일본의 차이는 쉽게 드러난다.기자도 올 7월 여름 휴가를 이용해 한국을 방문해 고향을 찾은 적이 있다.

강원도 산골인 고향으로 가는 농촌 이나 산촌의 풍경은 10년,2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아직도 지방 소도시를 들어가 보면 주민들의 생활에 곤궁함이 느껴질 때가 많다.곳곳에 재래식 슬레이트 지붕으로 허름하게 지은 집들이 여기저기 즐비하다.

한국은 경제 성장을 했지만 서울과 지방의 차이가 너무 크다.그래서 너나할 것 없이 서울로만 몰려드는 지도 모르겠다.

이에 비해 일본 시골을 찾아가 보면 1인당 GDP 3만5000달러 수준의 경제 선진국임을 실감할 수 있다.도쿄 보다도 훨씬 삶의 윤택함이 느껴진다.농촌을 둘러보면 집도 도쿄 보다 훨씬 넓고 시골집 답지 않게 깨끗하다.

일본 지방 도시는 사회 인프라나 문화 인프라에서 대도시와 큰 차이가 없다.

기자는 일본에 와서 자동차 없이 4년째 살고 있지만 전국 어디를 다녀도 크게 불편을 느끼지 않고 살고 있다.지도 한 장만 있으면 1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산촌 마을도 대중교통만을 이용해 편리하게 갈 수 있다.교통비가 비싸긴 하지만 산간 벽지까지 도로망과 철도망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4년전 간사이(일본 서부)지방인 고베시에 1년 산 적이 있다.일본에서 인구 규모로 10위쯤 하는 도시였는데 문화 인프라가 참 잘 갖춰져 있었다.

지역 곳곳에 시립 도서관이 있고 체육시설이 있어 외국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었다.

35도가 넘는 한 여름에 100여평이 넘는 동네 도서관에서 두세명의 주민들과 함께 책을 보면서 시원하게 한여름을 보낸 기억이 난다.

토요일인 어제,수도권의 야마나시현의 야리가다케 지역을 가 보고 일본의 인프라에대해 또 한번 놀랐다.이 지역 최고봉은 2899m 였는데 산사태를 막기 위해 산 입구부터 중턱까지의 계곡에 걸쳐 수십 계단의 물막이 콘크리트 방어벽을 쌓아 놓았다.

방어벽 한 층의 길이는 100m가 훨씬 넘어 보였고 폭은 10m는 됐다.이 깊은 산중까지 엄청난 돈과 노력을 들여 산사태를 막는 시설을 해 둔 것이다.

일본 지방을 다니다 보면 고속 도로나 국도의 경우 하루종일 자동차가 서너대 밖에 안 다니는 도로를 발견하고 놀랄 때가 있다.

일본경제 버블기에 지역 국회의원들이 표를 얻기 위해 건설업자 지원을 위해 무리하게 공공 투자를 한 결과다.물론 이러한 과잉 투자가 현재의 재정 위기를 낳기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엄청난 인프라 시설을 보면 볼 수록 일본의 저력을 느낄 수 있다.일본이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 또 다시 세계경제의 전면에 부상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인프라 기반이 갖춰져 있는데도 원인이 있을 것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보통 일본 외부만을 보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최근 일본경제 부활을 지켜보면서도 ‘중국 특수”미국 특수’등 외부적 요인에 의한 회복으로 풀이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일본이라는 나라의 깊은 저력을 알고 인정해야 ‘일본’에 대한 대응책이 나온 다는 점이다.일본에 대한 감정적 접근은 한국인 입장에서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우리나라에 득이되지 않는다.

일본의 내면을 제대로 보고 거기 맞는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일본은 결코 ‘왜국(작은 나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