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하 앞두고 날벼락"…화성 AI 살처분 농장주들 '막막'

"항생제 계란 파동 때도 살아남았는데…산란계 20년 만에 처음"
화성시, 확진 농가 1곳·인근 농가 1곳 12만5천 마리 살처분

"산란계 농장 20년 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네요.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저 막막하기만 합니다.

"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확진된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 A씨의 산란계(알을 생산하는 닭) 농장에서는 17일 살처분 작업이 한창이었다.A씨는 자식처럼 길러오던 닭 9만 마리가 살처분되는 광경을 지켜보며 축사 한쪽에서 연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A씨 농장은 3년 전 항생제 달걀 파동 때도 무항생제 달걀로 언론에 조명을 받을 정도로 사육 환경이 우수한 곳이다.

계란 운반 차량 출입구와 계분·사료용 차량 출입구도 따로 만들어 놓고, 방역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왔던 터라 A씨는 고병원성 AI 확진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전날 오전 A씨의 농장에서는 닭 2천 마리가 폐사한 채 발견됐다.

A씨는 산란율이나 사료 섭취량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미뤄 AI는 아닐 거로 생각했지만, 경기도 동물위생시험소에서 AI 간이 검사를 한 결과 양성이 확인된 데 이어 이날 오후 정밀 검사 결과 고병원성 AI에 확진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화성시 방역당국은 고병원성 여부가 결정되기 전인 이날 오전부터 선제적 조치 차원에서 A씨 농장과 반경 3㎞ 내 가금류 농장 1곳에 대해 예방적 살처분을 진행해왔다.A씨는 "9만 마리를 입식해 달걀을 출하할 때까지 대략 7억원 정도가 든다"며 "생업을 포기해야 할지 아니면 다시 시작해야 할지 결정도 못 할 정도로 참담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 농장 인근에 살처분 대상이 되는 농가가 단 1곳이라고 한다"며 "그 농장에는 미안한 마음뿐이지만 다른 농장에 피해가 크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A씨 농장 3㎞ 내에 있는 마도면 B씨 농장에서도 예방적 살처분 준비가 한창이었다.

B씨는 배관 공사 업체를 운영하다가 사업을 접고 올해 축산업으로 전업해 토종닭 3만5천 마리를 키워왔다.

축산업을 시작한 지 수개월만인 이번 주말 처음으로 1만5천 마리를 출하할 예정이던 그에게 살처분 대상이 된 것은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B씨는 "우리 농장도 예방적 살처분 대상이 된다는 얘기를 화성시로부터 어젯밤 통보받았다"며 "전업한 뒤 난생 첫 출하를 앞두고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화성시 방역당국은 A씨 농장에서 반경 10㎞ 이내를 방역대로 설정하고 24개 가금류 농가 154만 마리에 대해 이동 제한 조치했다.

또 관내 가금류 농가에 대한 예찰을 강화하고, 철새 도래지와 축사 주변을 수시로 소독하고 있다.

화성지역 축산 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진된 것은 2018년 1월 이후 3년여 만이다.올겨울 들어 지난달 26일 전북 정읍을 시작으로 경북, 전남, 충북, 충남, 경기 등 곳곳에서 가금류 농가 내 고병원성 AI 확진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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