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한국 대표 영화감독에서 '미투' 논란으로 추락

11일 라트비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김기덕 감독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 작품상을 받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확산한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 가해자로 지목되며 소송에 휘말린 이후 해외 체류 중 코로나19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 공장을 전전한 김 감독은 제대 후 프랑스에서 서른둘의 나이에 난생처음 접한 '퐁뇌프의 연인들'과 '양들의 침묵'을 보고 영화인이 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식으로 영화를 배운 적이 없는 그가 내놓은 데뷔작 '악어'(1996)는 극단적인 폭력과 성폭행, 엽기적 행각 등으로 여성 비하와 지나친 폭력성으로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파란 대문'(1998)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파노라마 부문 개막작으로 초청받고, '섬'(2000)이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데 이어, 미국 선댄스영화제 월드시네마 상을 받으며 해외에서 더 주목받는 감독이 됐다. 국내에서는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작인 '나쁜 남자'(2001)로 7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면에서도 처음 성공을 거뒀다.

이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으로 대종상과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거머쥐며 인정받았다.

이후 김 감독의 해외 수상 이력은 더욱 화려해졌다. 2004년 '사마리아'로 베를린영화제 은곰상(감독상)을, '빈집'으로 베네치아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을 받으며 한 해에 세계 3대 영화제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김 감독은 한때 농촌의 오두막에서 칩거, 은둔 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때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든 영화 '아리랑'은 2011년 칸국제영화제에 출품돼 '주목할 만한 시선' 상을 받으며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했다.
그의 영화 인생은 18번째 작품인 '피에타'로 정점을 찍었다.

'피에타'는 자본주의의 황폐함과 그 안에서 인간 존재의 구원 가능성을 묻는 작품으로 김기덕 감독에게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안겼다.

하지만 2017년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의 가해자로 지목되며 추락했다.

베드신과 노출 장면에서 여배우들에게 폭언하고 성폭행을 했다는 의혹이 잇달았다.

MBC의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은 2018년 '거장의 민낯' 편을 통해 김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배우들의 증언을 방송했고 김 감독은 MBC가 허위 주장을 바탕으로 방송을 내보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MBC와 배우를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PD수첩 방송을 금지해 달라는 김 감독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김 감독은 자신이 제기한 무고 소송과 손해배상 소송에서 모두 패소하고 지난 11월 항소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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