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매 마지막 퍼즐' 건설株, 상승 시동

"경기회복+주택공급 기대"
HDC현대산업개발, 8.14% 상승
동부건설·동원개발 등 일제히 올라

건설株 PER 3~4배 '저평가'
내년 신규주택 공급 본격 시작
GS건설·자이에스앤디 등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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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 2700 돌파의 원동력은 순환매였다. 하반기 들어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은행, 화학, 철강 등 경기민감주가 돌아가면서 상승세를 주도했다. 건설주는 끝까지 못 올랐다. 코로나19로 인한 해외 수주 불확실성과 국내 부동산 규제가 투자심리를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그랬던 건설주가 이달 들어 강세다. 내년부터 주택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체질 개선을 계기로 ‘10년 불황’을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순환매 마지막 퍼즐”

HDC현대산업개발은 7일 8.14% 오른 2만3900원에 마감했다. 현대건설(2.73%), 동부건설(2.24%), 동원개발(1.24%) 등도 일제히 올랐다. 지난 4일에는 GS건설(6.68%), 대우건설(6.96%), 대림산업(4.67%) 등이 급등했다. 건설주로 순환매가 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건설주로 매수세가 들어오는 것은 경기 회복 기대감과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인식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난달 주택 공급 확대의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점이 투자심리 개선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교체되면서 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토부 장관이 바뀌는 만큼 공공재개발과 재건축사업이 강력하게 추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규제를 시행하기 힘들어졌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PER 3~4배는 과도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도 순환매의 기저에 깔려 있다. 현재 건설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3~4배 수준이다. 건설업 불황을 감안해도 과도하다는 평가다. HDC현대산업개발은 12개월 선행 PER이 3.74배에 불과하다. 이는 3년치 이익으로 발행 주식 전부를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림산업은 PER이 4.22배, 대우건설도 4.54배, GS건설은 5.11배를 기록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디레이팅(저평가)’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서울에서만 2025년까지 15만~20만 가구의 공급 부족이 예상돼 공급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신규 주택의 80%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윤승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향후 5년간 주요 5개 건설사는 총 ‘45만 가구+α’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5개 건설사의 올해 분양 규모도 11만9000가구로 작년 대비 4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 건설주들 주목

국내 공급 확대와 체질 개선을 계기로 10년 불황을 탈피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 건설 붐에 힘입어 성장했지만, 2010년부터 중동 수주가 감소하면서 실적과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3년에는 유럽 회사들과 경쟁하기 위해 저가 입찰을 늘리면서 분기에 1조원씩 적자를 내는 회사도 있었다. 이후 해외 수주를 받아도 주가가 오르지 않았다. 대우건설은 10년 전 주가가 1만5000원대였으나 7일 종가 기준 3990원에 거래되고 있다. GS건설도 12만원을 넘어서기도 했으나 현재 주가는 3만4550원이다.

그동안 건설사들은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사전에 분석하는 등 체질 개선을 해왔다. 해외 악성 물량을 털어낸 상황에서 국내 사업이 호조를 보일 경우 회복세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19가 완화되면 해외 수주가 재개되면서 실적이 더욱 개선될 여지도 있다.

증권업계는 주택 공급 밸류체인 전반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부동산이 호황을 보였던 2013~2016년 신탁·건설·건자재 등 건설업 전반에서 실적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그린 리모델링, 제로 에너지 주택을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친환경 건설주들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삼성증권은 GS건설, 자이에스앤디가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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