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공무원이 월성1호기 자료 삭제…이런 감사저항 처음 봤다"

최재형 감사원장 국감 답변
"이르면 19일 결과 발표"

"2025년부터 재정준칙 적용 땐
재정건전성 관리 어려워"
최재형 감사원장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감사원이 이르면 오는 19일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적절성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 30일 국회가 관련 감사를 요구한 지 1년여 만이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 13일까지 회의로 주요 쟁점에 대한 감사위원 간 합의가 이뤄진 만큼 이르면 내일(16일)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적절성에 대한 보고서가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관련 감사보고서는 이르면 19일, 늦어도 20일에는 발표될 전망이다. 최 원장은 “감사 결과를 국회에 보내려면 비실명 처리하고 인쇄하는 시간 등이 필요하고, 감사 지적 내용에 대해 대상 기관에 통지부터 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최 원장은 감사 결과 발표가 지연된 이유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의 감사 저항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의 감사 요구 이후 산업부 공무원이 관계자료를 모두 삭제했고, 이를 복구하고 진술을 받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감사원장이 되고서 이렇게 (피감사자들의) 저항이 심한 것은 처음 봤다”고 토로했다. 월성 1호기 감사는 법정 감사 시한을 8개월이나 넘겼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에 대해 감사원의 강압 조사 문제를 거듭 제기했지만 최 원장은 “이를 감추고 허위로 진술하면 다른 자료로 다시 추궁하는 등의 과정이 있어 감사자와 피조사자 간 높은 긴장 관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감사) 과정에 문제 될 만한 것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감사보고서 발표가 끝난 뒤 내부적으로 직무감찰을 해 감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파악하겠다고 설명했다.법제사법위원회가 의결한다면 감사 과정에서 취득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했다. 최 원장은 “감사 과정에 대한 모든 자료, 문답서, 포렌식을 이용해 되살린 문서, 자체 생성한 문서를 모두 공개할 용의가 있다”며 “강압적인 감사로 진술이 왜곡되지 않았다는 데 감사위원들이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그간 논란이 돼온 감사위원과의 불화설, 일부 감사위원의 정치적 편향성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그는 “감사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을 정치적 성향의 프레임으로 단정짓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최 원장은 기획재정부가 지난 5일 발표한 ‘한국형 재정준칙’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정부 재정준칙 방안에 따르면 예산을 짤 때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의 60%를 넘지 않아야 하고, 재정적자(통합재정수지)는 GDP의 3% 이내로 막아야 한다. 당시 정부는 이 두 가지 기준 중 하나만 지켜도 되는 ‘준칙’을 제시했다. 최 원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두 가지 기준을 둔 국가는 이를 각각 적용하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정부안대로 하면 재정건전성을 적절히 관리하는 게 힘들어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또 “기재부가 2025년부터 적용하기로 한 이유도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적용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의미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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