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IG 뉴딜지수' 논란…월권이냐 표절이냐

미래에셋에 '독점 사용권' 준 거래소…자산운용사 간 '뉴딜 ETF' 갈등

거래소 뉴딜지수 활용한 ETF
연말까지 미래에셋만 출시 가능

삼성·KB·한투·NH자산운용 등
BBIG테마 기반 자체 지수 개발
거래소 "저작권 침해 소지" 제동
뉴딜펀드 자금이 투입될 예정인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지수 사용권을 둘러싸고 자산운용업계의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한국거래소로부터 ‘KRX BBIG K-뉴딜지수’에 대해 3개월의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받자, 삼성자산운용 등 다른 자산운용사들은 BBIG 테마를 활용한 자체 지수를 개발하고 나섰지만 ‘표절’ 시비가 붙었다. 거래소 측이 해당 지수가 KRX BBIG K-뉴딜지수와 다르지 않다고 보고 문제를 제기하자 운용업계에선 ‘월권’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거래소가 정부의 한국판 뉴딜정책 발표에 맞춰 다급하게 뉴딜펀드 관련 지수 개발을 추진하면서 불필요한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뉴딜지수 둘러싼 힘겨루기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지난 10일 미래에셋운용에 KRX BBIG K-뉴딜지수와 하위 업종별 지수 등 5개 지수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을 3개월 동안 부여했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미래에셋운용만이 KRX BBIG K-뉴딜지수를 활용한 상장지수펀드(ETF)를 내놓을 수 있게 됐다. 당초 거래소는 6개월의 사용권을 인정할 계획이었지만 운용업계의 반발을 의식해 3개월로 기간을 단축했다.

정책적 수혜가 기대되는 뉴딜 ETF를 포기할 수 없었던 다른 자산운용사들은 가만있지 않았다. ETF 순자산 1위인 삼성자산운용을 비롯해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은 지수개발업체 에프앤가이드와 협력해 ‘FnGuide K-뉴딜지수’를 개발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거래소는 자회사인 코스콤 측에 KRX 뉴딜지수의 배타적 사용권이 인정되는 기간에 K-뉴딜지수의 순자산가치(NAV) 산출 등에 협력하지 말아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수가 개발되더라도 실제로 ETF로 출시되려면 코스콤의 NAV 산출 로직이 반드시 필요하다. 운용사 관계자는 “거래소 ETF 담당 부서에선 큰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인덱스사업부에서 코스콤을 앞세워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거래소 측은 에프앤가이드 지수가 업종별 편입 종목 수가 3개에서 5개로 늘어난 점 외에는 KRX BBIG K-지수와 거의 동일해 저작권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고 보고 있다. 거래소 인덱스사업부 관계자는 “코스콤에 NAV 산출 지연 등 월권 행위를 요청한 적 없다”며 “에프앤가이드의 지수가 KRX BBIG K-뉴딜지수의 저작권을 침해했는지는 판단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론에서 고안한 BBIG를 독점한다니…”

일각에서는 K-뉴딜지수를 내놓기 위해 거래소가 일 처리를 다급하게 한 탓에 운용업계의 분열을 야기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거래소는 지난 7월 뉴딜 관련 지수 개발에 들어갔다. K-뉴딜펀드 발표 예정 시점이었던 8월 말이 목표였다. 평소보다 시간이 부족했던 거래소는 미래에셋운용이 개발 중이던 BBIG지수를 주목했다. 이후 거래소는 미래에셋운용과의 협의를 거쳐 미래에셋운용이 ‘KRX BBIG 스타12’라는 이름으로 개발한 지수를 K-뉴딜지수로 바꿨다. 거래소가 업계 반발에도 미래에셋운용의 사용권을 사수하는 것은 지수 개발 과정에 대한 보은 차원이란 얘기가 도는 이유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BBIG는 미래에셋운용이 아니라 언론이 업종 구성부터 종목 구성까지 모두 고안한 개념”이라며 “단순히 업종별 편입 종목 수를 결정한 것만으로 독창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면 에프앤가이드 지수도 인정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는 언제나 지수를 개발할 때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여기서 높은 기여도를 보인 운용사에 관례적으로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한다”며 “다른 자산운용사들이 K-뉴딜 시리즈의 지수를 출시하고 싶다면 BBIG가 아니라 새로운 테마의 지수를 개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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