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정금 10억 보관임무 알면서도 저버린 전직 부장판사 '징역 2년'

의뢰인들로부터 약정금 10억원을 보관해주기로 해놓고 한쪽 의뢰인에게 돈을 모두 넘겨버린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1부(부장판사 조성필)는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된 한모 전 판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한씨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2008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했다. 한씨는 2018년 6월 자신의 사무실에서 의뢰인 A씨와 B씨로부터 각각 5억원씩 받아 보관해주기로 약정을 맺어놓고 10억원을 모두 A씨에게 넘긴 혐의를 받는다. 해당 약정은 '에스크로' 약정으로 계약 당사자간 신용관계가 불확실할 때 제 3자가 거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중개하는 매매 보호 서비스다. 한씨는 "당시 본인의 경제적 상황이 에스크로 자금 행방에 영향을 줄 수 있을것 같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A씨에게 준 것일 뿐"이라며 배임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한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판사 및 변호인으로서 오랜 법조경력을 가진 사람으로 약정서를 근거로 약정금액을 보관할 임무가 있음을 명백히 알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이를 위배해 약정의 일방 당사자 A씨에게 금액을 교부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를 위해 약정금을 보관해야 할 임무를 위반하고 피해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줘 그 죄질이 좋지 않다"며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임에도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어 보관 임무를 위배했다"고 설명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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