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북·강원…한반도 동쪽에 폭우 쏟아진 까닭은

기상청 "높은 지형에 부딪혀 올라간 수증기가 상층 찬 공기 만나 응결"
해운대 212mm·미시령 237.5mm·영덕 229.1mm…동해안에 피해 집중
23일부터 24일까지 한반도 동쪽에 큰 피해를 몰고 온 폭우가 내린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24일 기상청에 따르면 23일부터 이날 오전 11시까지 부산 해운대 212mm, 강원 고성 미시령 237.5mm, 설악산 209.5mm, 경북 영덕 229.1mm, 울진 228.3mm 등 한반도 동해안에 200㎜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이 지역을 제외하면 200㎜ 이상 강수량을 보인 곳이 인천 옹진 승봉도(221mm), 충남 태안(219㎜)밖에 없다.

최대 시간당 강수량은 부산 기장 87mm, 강원 삼척 73mm, 경북 울진 55mm 등이다. 부산에는 시간당 8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최근 20년 동안 역대 5번째로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날 오전 강원 영동 북부에는 시간당 30mm 이상의 강한 비가 왔다.

곳곳에 내린 폭우로 인명피해와 시설물 피해가 이어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오전까지 파악한 호우 관련 사망자는 5명이다.

경기 김포에서 1명이 익사했고, 4명은 부산과 울산에서 숨졌다.

부상자는 부산 지하차도 침수 관련 2명, 해운대구 건설공사 현장 침수 관련 2명 등 모두 4명으로 부상 정도는 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민은 217명으로 집계됐다.

경북 영덕 강구시장 침수 영향으로 136명, 동천 범람 등 부산지역 침수로 80명, 충북 영동 마을회관 침수로 1명이 각각 지인·친척 집이나 숙박·공공시설로 대피했다.

주택 등 사유시설은 289곳이 침수됐다.

지역별로 부산이 162곳으로 가장 많고 경북 70곳, 인천 27곳, 울산 21곳, 경기 9곳 등이다.

짧은 시간에 한반도 동쪽을 중심으로 폭우가 쏟아지면서 부산과 울산, 경북, 강원 등에 피해가 집중됐다.
이번 비는 남서풍과 함께 들어온 따뜻한 수증기와 북서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만나면서 발생했다.

정체전선과 서해상에서 매우 발달한 저기압을 따라 따뜻하고 습한 수증기가 남서풍을 타고 많이 들어오고, 북서쪽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가 침투하면서 대기 불안정성이 커지고 비구름대가 강하게 발달했다고 기상청은 밝혔다.

특히 지형적 효과가 더해지는 해안과 산지에 집중돼 강원 산지와 동해안에 200mm 이상 쏟아졌다고 덧붙였다.

기상청은 강원 북부와 경북 북부 동해안의 경우 동해상에서 강한 북동풍과 함께 유입되는 다량의 수증기 영향으로 큰비가 내린 곳이 있다고 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파도가 방파제에 부딪히면 높이 솟는 것처럼 해풍이 불어올 때 유입된 따뜻한 수증기는 강원 산지나 부산처럼 지형이 높은 곳에 부딪히면 위로 올라간다"며 "이 수증기가 상층의 찬 공기와 만나면서 응결돼 많은 비가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동해안 저기압 부근에서 기류가 상모를 돌리듯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면서 비구름대가 강하게 발달하고 고기압과 저기압 간 거리가 가까워져 기압차가 커짐에 따라 강도가 더 세진 것으로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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