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건설노조의 '채용 횡포'…정부도 건설사도 두 손 다 들었다

이달 들어 전국서 매일 집회
과태료 부과 단 한건도 없어
“우리 조합원 채용하라”는 건설노조 간 ‘밥그릇 다툼’이 전국에서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건설 일감이 줄어든 상황에서 영세 건설업체들은 노조 횡포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달 신고된 집회 964건 중 21.4%(206건)는 건설노조의 조합원 채용 촉구 집회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노조는 이달 들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서울과 지방 건설현장 곳곳을 점거했다. 이들은 철근, 골조 같은 대형 공사뿐만 아니라 형틀, 상하수도 등 세부 공사까지 “우리 조합원만 더 뽑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주로 확성기를 크게 틀거나 수십 명이 몰려가 현장 입구를 막으며 공사를 방해하고 있다.

조합원 간 주먹다짐도 빈발하고 있다. 지난 21일 인천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산업노조 조합원 15명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몸싸움을 벌여 12명이 다쳤다. 2일 광주에서는 양대 노총 조합원 70명이 충돌해 차량 6대가 파손되고 1명이 병원에 실려갔다. 올 1월 경기 성남의 한 재개발 건설현장에서는 양대 노총 조합원 1000여 명이 대치하면서 25일간 공사가 중단됐지만 건설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노조 횡포에도 정부 부처들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채용 청탁 등을 처벌하는 채용절차법 개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지금까지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7월 양대 노총, 건설협회 등과 마련한 ‘건설산업 노·사·정 갈등해소센터’에는 지금까지 신고 건수가 전무하다.

양길성/장현주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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