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이는 HDC 인수 포기 막으려…채권단, 벼랑 끝 아시아나에 '수혈'

산은·수은, 1.7조 지원

인수 결정 뒤집으면 더 큰 부담
채권단, 작년 1조6000억 이어
'마이너스 통장' 방식으로 지원
< 멈춰선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 >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추가 지원을 결정한 21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운항을 중단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서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전 직원이 무급휴직에 들어가고, 임원 급여의 60%를 반납하기로 하는 등 자구노력을 하고 있다. 한경DB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지원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가 불투명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의 불황이 깊어지면서 HDC현산 컨소시엄은 2조5000억원을 주고 아시아나항공을 사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을 뒤집으면 채권단은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각각 신용위원회와 확대여신위원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마이너스 통장’처럼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는 자금이다. 이들 채권단은 지난해에도 1조6000억원을 지원했다.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영구채 5000억원을 인수했고 대출 8000억원에 보증신용장(LC)으로도 3000억원을 밀어줬지만 허사였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일본 여행자제 운동 등의 여파로 4437억원의 영업적자와 817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 리스료와 인건비 등으로 한 달에 3000억원에 달하는 고정비를 써왔다. 결국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386.7%로 뛰었다. 사정은 더욱 급박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제선 운항편이 80%가량 줄면서 올해 매출이 작년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금융회사 대출은 물론 미래의 항공요금수익을 담보로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ABS)도 상환할 능력이 없다.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갚아야 하는 ABS는 4100억원이다. 여기에 한국신용평가는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이 급감했다며 ABS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낮췄다. BBB- 미만으로 떨어지면 채무를 조기상환해야 한다. 신용등급이 한 단계만 더 내려가도 아시아나항공이 갖고 있는 ABS 전체 발행액 4228억원을 당장 갚아야 한다는 얘기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수익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 조기상환 의무가 발생해도 현실적으로 갚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인건비라도 줄이기 위해 지난 2월부터 무급휴직을 시행하고 있다. 임원진은 일괄 사표를 제출하고 급여를 30~100%까지 반납하고 있다.시장의 관심은 HDC현산의 반응으로 쏠리고 있다. HDC현산은 오는 30일까지 대금을 납부하고 아시아나항공 지분의 61.5%를 확보해 인수를 마무리짓겠다고 지난해 공시했지만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아직까지 HDC현산은 인수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인수용 유상증자는 물론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회사채 추가 발행까지 미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한다. 로펌들 사이에서는 HDC현산이 인수 포기까지 고려하면서 계약 내용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HDC현산이 채권단의 아시아나항공 추가 지원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조만간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대한항공에 대한 지원도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원 방안은 직접 대출은 물론 보증과 영구채 매입 등의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박종서/신연수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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